(출처-조선일보 2015.10.14 김민철 논설위원)
소설가 헤밍웨이는 서서 소설을 쓰곤 했다. 가슴까지 오는 책상에 종이와 타자기를 놓고 똑바로 선 채 글을 썼다.
잘 깎은 연필을 여러 자루 준비해 초고를 쓴 다음 타자기로 치면서 고치기를 거듭했다. 높은 책상이 없으면 책꽂이 위에
종이나 타자기를 올려놓고 작업했다. 가끔 무게중심만 한쪽 발에서 다른 발로 옮겼다.
누군가 헤밍웨이에게 왜 서서 쓰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편한 자세에선 좋은 글이 안 나와서…."
▶버지니아 울프, 찰스 디킨스도 서서 쓴 작가였다.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 제퍼슨, 윈스턴 처칠부터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 국방장관까지 서서 일한 정치가도 많다.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 역시 서서 일할 때가 많다고 한다. 간혹 마크 트웨인처럼 누워 글쓰기를 즐긴 이도 있었지만.
서서 일하기를 시작한 회사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실리콘밸리 IT 기업이다.
워낙 오랜 시간 컴퓨터에 매달리다 보니 직원들이 병치레를 해서 도입했다고 한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서서 일하면 교감신경이 활발해지면서 집중력이 높아지고 허리와 혈액순환에도 좋다고 말한다.
2012년 국제 당뇨병 학술지는 앉아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한 연구를 실었다.
전자가 후자보다 당뇨병 위험은 112%, 심혈관 질환 위험은 147%나 높았다.
하루 세 시간씩 서서 일하면 하루 144㎉를 더 써 한 해에 지방 3.6kg을 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해엔 주간지 타임이 '앉아 있기가 흡연보다 나쁘다'는 기사를 실었다.
▶미국 USA투데이가 엊그제 미국 학교에 부는 '서서 공부하기' 바람을 보도했다.
그러면서 플로리다 어느 초등학교 교실 풍경을 전했다. 등교해 줄곧 '스탠딩' 책상에서 수업을 듣는데 의자가 아예 없다.
그래도 아이들이 늘 깨어 있고 활기차고 수업에 더 적극적이라고 한다.
USA투데이는 의자에 앉아 듣는 수업이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우리도 학생이 졸리면 교실 뒤쪽 스탠딩 책상에서 수업을 듣게 하는 학교가 있긴 하다.
선 채로 구워 먹는 갈빗집도 붐빈다. LG전자, 카카오 같은 기업은 원하는 직원에게 서서 일하는 책상을 마련해준다.
그러나 일과 내내 서 있자면 다리가 아프고 무릎에 무리가 가게 마련이다.
의사들은 내내 서 있지 말고 한 시간에 한 차례는 앉아 쉬라고 권한다.
서서 일하기의 손익(損益)은 과학적 검증이 더 필요하겠지만 오랜 '의자 문화'가 바뀌는 단초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규칙적인 운동만 한 것이 있을까. 뭐든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관련 기사 - 美교실에 의자가 사라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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