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걷기 운동하면서 족저근막염 환자 18만명
"등산전 운동은 안하면서 옷은 히말라야 원정 수준… 능력껏 운동량 조절해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사는 가정주부 김모(51)씨는 몇 달 전부터 체중이 점점 늘자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동네 주변 아스팔트 길을 3~4㎞ 걸었다.
두세 달 열심히 한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발을 디디려고 하니 발바닥 뒤쪽에 통증이 느껴졌다.
발바닥이 아파 걷기 운동을 못 할 형편이 되어 정형외과를 찾은 결과 '족저근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발뒤꿈치 아래에서 발가락 부위까지 발바닥에 길게 이어진 근막에 염증이 생겼다.
과체중 상태에서 평소 운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많은 양의 걷기를 하면서 탈이 난 것이다.
◇주5일제 이후 '스포츠 병' 늘어
운동이나 레저 활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관절이나 인대를 많이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스포츠 질병이 늘고 있다.
이른바 '과(過)사용 증후군'이다.
지난 2010년 족저근막염이나 근막이 두꺼워진 상태로 병·의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8만9000여 명.
그러다 주5일제가 시행된 2011년부터 환자가 점차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약 18만명으로 늘었다.
5년 사이 환자가 갑절 증가한 것이다. 등산, 조깅, 트레킹, 걷기 등 운동과 레저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족부정형외과 이진우 교수는
"족저근막염은 근막의 미세한 파열과 염증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스포츠 활동의 증가로 그만큼 발바닥을 혹사당하는 인구도 늘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5일제를 기점으로 다양한 스포츠 손상이나 관절·인대 과사용 질환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걷기와 오르기 동작의 핵심 역할을 하는 발목의 아킬레스건 손상 환자는 2010년 1만2000여 명에서
작년에는 1만5000여 명으로 늘었다. 이는 축구, 농구, 배구 등 구기 스포츠와 관련 있다.
아킬레스건 염증 환자도 12만명으로 최근 5년 동안 20% 늘었다.
무릎 연골의 급성 손상이 아닌 과사용으로 인한 염증 환자도 같은 기간 5만9000여 명에서 8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골프, 테니스, 배드민턴 등 상체 회전 운동 인구도 마찬가지다.
어깨 인대 염증 및 손상 환자는 2010년 10만명에서, 5년 사이 5만명이 늘어나 2014년에는 15만명이 됐다.
테니스 엘보나 골프 엘보 등으로 팔꿈치 관절 주변 인대 염증이나 손상을 치료받은 환자는 한 해 26만여 명에 이른다.
◇사전 준비 없는 운동부터가 문제
이처럼 스포츠 손상과 질병이 늘어난 것은 운동으로 건강을 다져야겠다는 의욕이 앞선
나머지 부상이나 관절·인대 과사용에 대한 대비 없이 운동에 나서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정형외과 전문의 서동원 원장은 "등산복이나 등산화는 거의 히말라야 원정 수준으로
구입하지만 정작 등반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스트레칭도 하지 않고 산을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신의 운동 능력 수준에 따라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동호회 활동이나 단체 산행이 활발해지면서 일괄적 일정에 맞추다 보니 "준비가 안
됐거나 체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 운동 부상이 잘 생긴다"고 서 원장은 말했다.
장기간 반복해서 걷거나 마라톤, 조깅 등을 할 때는 운동화와 자세도 중요하다.
발을 지면에 뒤꿈치부터 닿게 하고 동그란 원을 그리듯이 발바닥을 굴리며 걷거나 뛰어야 충격이 작다.
하중을 흡수하는 운동화를 착용하고, 발바닥 아치(arch)를 받쳐주는 깔창을 사용하면 과사용 증후군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