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터치! 코리아] 워싱턴에 '무궁화클럽'이 생겨야 한다

바람아님 2015. 10. 18. 08:46

(출처-조선일보 2015.10.17 강인선 논설위원)

美 대선 후보의 근거없는 한국 공격
한국계 대학생이 혼자 나서 반박해
우리 입장 설득은 국익과 직결돼
싱크탱크 등 다방면서 韓 위한 목소리 키워야

강인선 논설위원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 강연에서 근거 없는 안보 무임승차론으로 한국을 공격할 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사실을 바로잡은 건 한국계 대학생이었다. 
그는 몇 달 전 아베 일본 총리가 하버드대를 찾았을 때도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 아베를 몰아세웠다. 
이 학생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잘못된 내용을 말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진짜인 줄 안다"면서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적극적으로 질문에 나섰다고 했다.

더 답답한 건 한국계 대학생 한 명이 동분서주하며 혼자 거물과 싸웠다는 점이다. 
한국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에 대해 한국 입장에서 설명하고 말해줄 수 있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 
저렇게도 없는 것일까. 
유현석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미국에 한국 전문가랄 수 있는 사람이 몇명 안 되니 어떤 일이 생겨도 
한국 입장을 설명해줄 사람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했다. 
국제교류재단은 그래서 최근 미국 싱크탱크와 함께 차세대 한반도 정책 전문가를 직접 키우기로 했다.

외교부 내부에서도 요즘 정책 분야의 공공외교가 약하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 이미지를 한 차원 높이는 
외교는 일정부분 성과가 있었다. K팝과 한류 덕도 봤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홍보에선 밀렸다는 게 중론이다.

동맹이면서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을 상대로 우리 입장을 설득시키는 건 국익에 직결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워싱턴의 싱크탱크를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식 싱크탱크는 전문성과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 아이디어를 개발해 짧은 보고서를 낸다. 정치인이나 관료도 열심히 읽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래서 거꾸로 싱크탱크를 미국의 정책 방향에 영향을 끼치는 통로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이 이런 시스템을 잘 활용했다. 워싱턴에는 '국화클럽'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오랫동안 일본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외교관이나 싱크탱크 연구원들이다. 
이들은 미국 내에서 일본에 유리하고 우호적인 목소리를 낸다. 
지난 2월 웬디 셔먼 국무차관이 "과거사 갈등은 한·중·일 3국 모두의 책임"이라고 발언한 것이나, 지난해 로버트 샤피로 
전 상무부 차관이 한·일 관계와 관련, "베트남은 과거를 제쳐놓고 한국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는 주장을 잡지에 기고한 
것도 국화클럽의 영향이란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일본 측 기본 방침과 대처가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대외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공외교 예산을 전년 대비 3배에 가까운 520억엔(약 4700억원)으로 늘렸다. 
목표는 영토 보전과 역사 인식을 포함한 일본의 모습을 전파하고, 일본의 매력을 알리며, 일본에 우호적인 인사를 늘린다는 
것이었다. 미국 인사들의 일본 편향 발언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런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는 "공공외교 예산을 보면 일본이 우리의 약 9배쯤 된다"고 했다. 우리도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니다. 
국제교류재단은 2009년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첫 한국 석좌를 만들었고 지난해엔 SK그룹과 브루킹스연구소에 
한국 석좌를 만들었다. 현대자동차그룹과는 우드로윌슨센터에 한국 역사·공공정책 연구센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

방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강력한 동맹이 되려면 공식 외교 관계도 탄탄해야 하지만 저변에 상호 이해의 실핏줄이 촘촘해야 한다. 
싱크탱크, 의회, 학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을 위해 말해줄 수 있는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단지 일본과의 경쟁을 의식해서가 아니다. 미·중 사이의 미묘한 입장을 설명하는 데도 더 효과적일 것이다. 
워싱턴의 정책 아이디어 생산 공장에 대한 투자는 의외로 높은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무궁화클럽'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계 美대학생, 

아베 이어 트럼프에도 '돌직구'



(관련 기사 보기)


- 美하버드大 3학년 조셉 최, 두 사람에게 한 질문은?

      트럼프엔… "한국, 안보 무임승차? 年1조원 부담"    

      아베에겐… "日, 증거있는데도 위안부 인정 안해"


- 저돌적인 질문 왜 하나?
     "트럼프 등 영향있는 사람이 말하면 진짜인 줄 알아
      기회 잡아 바로잡고 싶었다… 무조건 손들어 질문권 따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