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암 산업부장 |
이 정책들의 성패는 반반으로 갈린다. 구천의 정책은 국력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아우구스투스의 정책은 로마의 인구 감소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차우셰스쿠의 정책은 출산율을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고아가 급증하는 부작용을 낳았고, 결국 정권이 패망하는 한 원인이 됐다.
이런 강제 수단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금은 인구구조를 바꾸기가 훨씬 어렵다.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 문제를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989년 합계출산율이 1.57로 떨어지자 집단 쇼크를 받은 일본은 이후 ‘에인절플랜’ ‘신에인절플랜’ ‘신신에인절플랜’ 등을 쏟아내며 출산율 끌어올리기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1.2대이던 합계출산율은 2006년 이후 1.3∼1.4대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출산장려 정책이 아니라 경기회복 덕분이라는 게 냉정한 평가다.
한국은 저출산 현상을 일본보다 ‘약간 늦게’ 맞았지만 정책 대응은 ‘많이’ 늦었다. 인구구조가 재생산되려면 합계출산율이 2.1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합계출산율이 1983년 이미 2.1 아래로 떨어졌고 이후 계속 내리막 곡선을 그려 왔다. 30년이 넘게 저출산 현상이 지속돼온 것이다. 이에 비해 정부가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대응을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는 2031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견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구절벽’이 바로 코앞에 와 있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총인구만큼이나 중요한 지표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내년 정점에 이른 뒤 2017년 감소 국면으로 접어든다.
인구재앙이 눈앞에 닥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한가하기만 하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시안은 ‘지금까지의 인구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으며 앞으로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시안은 2013년 기준 1.19명인 합계출산율을 2020년까지 1.5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자료를 아무리 뜯어봐도 이를 실현할 만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설령 1.5로 올리더라도 2.1에는 못 미치고, 만약에 만약을 더해 2.1로 끌어올리더라도 신생아들이 생산가능인구에 편입되기까지는 15년의 세월이 추가로 걸린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인구감소의 충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이민(移民) 허용이다. 미국이 저출산 문제를 겪지 않고 끊임없이 경제적 역동성을 유지하는 원인은 이민에 대해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이 출산율을 올리려고 안간힘을 써도 급속한 인구감소 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민은 정치·사회적 갈등 등 많은 문제를 낳는다. 하지만 인구감소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에 ‘제한적이고 단계적’으로라도 이민을 허용하는 방안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천광암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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