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0.27 배성규 논설위원)
중국은 작년 8월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의 한 산호초에 인공섬(중국명 융수자오)을
짓기 시작했다. 필리핀·베트남 등 주변국과 미국은 '국제규범에 반하는 현상 변경 행위'라고 반발했지만,
중국은 공사를 강행했다. 1년여 뒤 이곳엔 길이 3㎞가 넘는 큰 섬이 생겼다.
활주로와 항구, 공중 조기경보 레이더, 대공포, 통신시설에 온실·농장까지 들어섰다.
미국에 대항할 중국의 해양 군사 거점이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미·중은 최근 험악해졌다. 단순히 인공섬 하나의 영유권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공섬 건설은 미국에 대한 '반접근 지역 거부'(A2/AD·Anti Access Area Denial) 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미 항공모함 등이 중국 주변 해역에 접근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와 난사군도 등을 잇는
'다오롄(島鏈)'이란 가상 방어선을 그었다. 남·동중국해 일대를 중국의 내해(內海)로 만들고,
그 너머까지 제해권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이 중국의 대양 진출을 막기 위해 쳐 놓은 포위선과 거의 겹친다.
중국은 지난 9월 3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선보였다.
'둥펑21D'는 사거리 2000㎞ 안팎의 지대함 미사일로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와 움직이는 목표물을 맞힐 수 있다.
요격이 힘들기 때문에 '항공모함 킬러'로 불린다. '둥펑26'은 이동식 발사대에서 쏠 수 있고 괌까지 사정권에 넣는다.
막강한 미 해군 전력을 견제하기 위한 신무기들이다.
미국은 조만간 인공섬 해역에 군함을 파견하겠다는 뜻을 남중국해 주변국들에 통보했다.
현역 최강 항모인 로널드 레이건호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일에는 이지스함 벤폴드 등까지 일본에 추가 배치했다.
내년에는 차세대 초대형 항모인 제럴드 포드호가 아태 지역에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둥펑을 무력화하기 위해 신(新)미사일 방어체계(MD)와 위성·전자전 무기, 스텔스 구축함 배치 등도 거론되고 있다.
우리 등 뒤에서 미·중 간 치열한 군사적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굳이 '남중국해'라고 콕 집어 우리 입장을 묻기 전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식이다.
청와대는 "한·미 관계가 자동비행하듯 쭉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 정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우리가 지금 당장 오바마의 물음에 답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유사시 선택지를 우리는 준비해두어야 한다.
군사·안보 문제에서 '얘도 쟤도 우리편'이라는 논리가 계속 통하긴 힘들다.
남중국해의 불길이 언제 동중국해를 지나 서해로 밀려들지 모른다. 2013년 말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언 때
급박했던 우리 안보 상황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에게 남중국해는 수출과 원유 도입의 목줄이기도 하다.
이미 미국은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들이밀었고, 중국은 경제와 북한을 볼모로 잡고 있다.
정답 찾기가 쉽지 않지만, 마냥 피할 수도 없다. 우리의 안보이익과 가치에 맞는 길을 찾고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너무 둘러보다간 오랜 친구도, 새 친구도 다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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