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5-10-24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010년 처음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그 돈을 교육과 복지에 쓰자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친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 그가 결국 가뭄 끝에 금강 4대강 보의 물을 활용하기로 했다. 안 지사는 중앙정부에 금강 백제보에서 보령댐 간 25km 관로 건설을 요구한 데 이어 다시 금강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 간 30km 관로 건설을 요구했다. 진실은 궁해서야 드러나는 법이다.
▷저수지 바닥을 파고 또 파도 물이 나오지 않아 기우제밖에 지낼 수 없는 상황보다는 가뭄에도 어딘가 쓸 물이 남아 있는 상황이 백배 천배 희망적이다. 4대강 사업 비판론자들은 ‘끌어다 쓰지도 못할 물 있으면 뭐하느냐’고 비아냥거렸지만 막상 관로를 통해 끌어다 쓸 궁리를 하니 그런 비아냥거림이 무색해졌다. 다만 몇 달 내로 수십 km에 이르는 긴 관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왜 지천과 지류 정비 작업은 빨리 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4대강 사업에도 벌써 어떤 기시감이 든다.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포항종합제철 건설 때도 강력한 반대가 있었으나 후일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됐다. 사람이 살다 보면 앞에 닥칠 일을 못 내다보고 후회할 선택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래서 어리석은 인간이다. 그러나 고지식하게 끝까지 반대해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제에 맞닥뜨려서 과거의 판단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도 있다. 안 지사가 후자라야 더 큰 자리를 바라볼 수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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