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조훈철의 문화재 이야기(8)-①] 선조들이 건물을 지을 때 기준으로 삼은 좌향(坐向) 개념

바람아님 2015. 11. 14. 00:40

 조선일보 : 2015.11.11

‘아는 만큼 보인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부족한 현시대에 이 문구는 문화재를 바르게 보는 절대 진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안다고 생각했던 사실조차도 잘못된 정보였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메이저리거 추신수 선수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의 수비 포지션이 좌익수인지 우익수인지 혼동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화재 현장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오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좌우의 개념과 관련된 ‘좌향(坐向)’시각이다. 지금 당장 문화재 현장의 안내문이나 문화재 관련 책자를 살펴보라. 여러 군데서 그 오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문화재의 좌향 개념을 이해할 때 대부분 관찰자 중심의 서양시각에 의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서양시각으로 우리 문화재를 보면 위치와 명칭이 일치하지 않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즉, 국사책 속에 등장하는 지명을 우리의 눈에 익숙한 서양식 지도에서 찾아보면 그 좌우가 반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 문화의 올바른 계승은 우리 선조들의 시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면 우리는 아직 출발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 앞마당, 어도위에 서 있는 이 학생의 시각에서 좌우를 보면 관찰자 중심의 서양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조훈철

 

우리는 사물을 바라볼 때 좌(坐)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여기에서 좌(坐)란 내가 앉아 있는 자리이다. 즉, 내가 중심이 된다. 내가 중심이 되어 앞을 바라보는데 그 방향을 향(向)이라 부른다. 따라서 내가 앉아서 앞을 바라보는 것을 두 글자로 ‘좌향(坐向)’이라 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주인시각이 된다. 우리의 모든 건축 문화재의 배치는 주인시각을 바탕으로 조성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동양에서 도성계획을 세울 때 지켜야 할 주요 원칙 가운데 하나가 ‘좌묘우사(左廟右社)’이다. 이는 궁궐의 왼쪽에는 종묘를 짓고, 오른쪽에는 사직단을 건설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기준이 되는 궁궐이 경복궁이다. 경복궁은 조선 최초의 정궁이다. 임금은 남쪽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남향으로 건립한 것이 이 궁궐 이다. 이 곳이 조선의 수도 한양도시계획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남향을 한 경복궁을 기준으로 왼쪽에 종묘를, 오른쪽에 사직단을 조성했다. 그런데 아무런 생각 없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복궁을 바라보면 경복궁 왼쪽에 사직단이 있고 오른쪽에 종묘가 있는 것 같다. 이는 우리 선조들의 생각과 정반대의 개념으로 건축물을 읽어내는 것이다.<②편에 계속>

조훈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