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1.24 팀 알퍼·칼럼니스트)

물건을 살 때마다 포인트(또는 아예 현금을 적립해주기도 한다)를 쌓게 해주는 포인트 카드 제도는,
단언컨대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운용하고 있다.
평소 나는 지갑 2개를 들고 다닌다.
평소 나는 지갑 2개를 들고 다닌다.
하나는 신용카드나 명함 같은 걸 넣고 다니는 지갑인데 두께가 0.5㎝ 정도밖에 안 된다.
다른 하나는 백화점, 커피숍, 옷 가게 등에서 주는 각종 포인트 카드만 넣고 다니는 지갑이다.
그 두께가 과장 좀 보태서 벽돌만 하다.
길 가다 깡패라도 만났을 때 그걸 휘두르면 호신용으로 그만일 것 같다.
포인트 카드의 마력은 이런 것이다.
포인트 카드의 마력은 이런 것이다.
오늘 아침에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자 점원이 스탬프 하나가 찍힌 종이 카드를 주며
"10잔 마시면 머핀 하나를 공짜로 드립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진 머핀을 전혀 먹고 싶지 않았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어서 커피 10잔을 마시고
공짜 머핀을 받고 싶단 욕구를 참기 힘들다.
커피 10잔을 마실 때까진 그 커피숍만 갈 작정이다.

한국의 식당이나 커피숍, 화장품 매장 같은 곳에서 포인트 카드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건 장사 그만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 같다. 처음 가는 가게에서 계산을 하고 나올 때 포인트 카드 같은 게 없다고
얘기하면 '여긴 다시 안 와야겠군' 하고 생각하게 된다.
식당 같은 걸 하겠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조언한다. "하다못해 쿠폰이라도 꼭 제공하세요."
가끔 포인트 카드 지갑을 잃어버리는 악몽 같은 상상을 하곤 했는데, 지난주 토요일 그 악몽이 실현되고 말았다.
나는 '포인트를 쌓지 못할 거야'라는 두려움에 떨며 쇼핑에 나섰지만, 가게 점원들은 친절하게 말해줬다.
"괜찮습니다. 포인트 카드를 재발급받으신 뒤 1주일 안에 영수증과 함께 제출해주시면 적립이 됩니다."
나의 기우는 곧바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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