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핫 이슈

영결식서 단복만 입고 추위에 덜덜 떤 소년소녀합창단에 김현철 "세심한 배려 부족" 사과

바람아님 2015. 11. 30. 01:05

조선일보 : 2015.11.28

/노컷TV 캡처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한 어린이 합창단들이 외투도 입지 않은 채 추위에 떨며 대기했다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던 것과 관련,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 사과했다.

현철씨는 지난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버님 영결식에 나온 어린이 합창단들이 갑자기 몰아닥친 영하의 추운 날씨에 떨었다는 소식에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현철씨 트위터 캡처


그는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결과가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구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영결식에서 김 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한 노래였던 노래인 추모곡 ‘청산에 살리라’를 바리톤 고성현 한양대 교수, 국립합창단과 함께 불렀다.

앞서 CBS 노컷뉴스는 눈발이 날리는 영하의 날씨에 얇은 단복만 입고 1시간30분 이상을 떨며 대기하는 소년소녀합창단원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합창단원들은 체감온도 영하 5도 안팎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 얇은 단복만 입고 추위에 떨었고, 이는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차림에 담요까지 덮은 다른 참석자들과 비교돼 네티즌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

[시론] 포멀이 지배하는 사회 

경기인터넷뉴스: 2015/11/28

엊그제 딸을 출가시킨 선배가 딸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평소 내 노래를 좋아하는 선배의 부탁이었지만, 나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노래를 전공했지만, 직업 연주인이 아니라서 거절한 것은 아니다. 내 노래를 사랑해 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결혼식이라 이름 붙인 축제의 주인공은 신랑과 신부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퍼포먼스가 돼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축제장에 단지 노래를 잘한다는 이유로 양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연주인이 나가서 축가를 부르는 것은 지극히 형식적(Formal)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6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었던 날은 첫눈이 내리는 무척 추운 날씨였다. 이날 국회의사당 야외 영결식장에 조가를 부르기 위해 참여한 ‘구리시 소년소녀합창단’이 추위에 떨고 있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여기저기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른들은 두꺼운 외투에 머플러까지 두르고 있으면서 짧은 치마에 얇은 연주복을 입고 덜덜 떨고 있는 어린이들을 안쓰러워하는 여론은 당연한 것이다. 또한, 어른들의 배려 없음과 무분별함에 부끄러워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이에 대해 상주인 김현철 씨는 SNS를 통해 이를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상주가 사과했다는 것은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장례식에 흠결을 남겼다는 것이다.
 
국가가 주도해 치르는 국가장이라면 국가에서 보수를 받는 국립합창단이 조가를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장례위원회가 왜 이들 대신 굳이 고인과 연고도 없는 어린이 합창단을 불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 꼭 국립합창단이 아니더라도 고인이 졸업한 학교나 교회의 합창단이었더라면 아마도 더 의미 있는 행사가 됐을 것이다.
 
맹자의 어머니는 공동묘지 근처에 살면서 맹자가 상두꾼 흉내를 내자 학교근처로 이사를 했다. 이것이 유명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다. 물론 어린이라고 해서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이런 행사에는 어른들이 참여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Normal)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름조차 생경했을 이 어린이들이 고인의 업적인 민주화와 역사바로세우기를 얼마나 이해하고 평가하겠는가? 부득불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내복과 외투라도 입히고 손난로라도 주머니에 넣어 세웠어야 할 일이다.
 
무대는 포멀이 용인되는 곳이다. 그래서 연주인들은 추운 날씨에도 예쁘고 멋있게 보이기 위해 얇은 드레스와 연주복을 사양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것은 스스로 결정한 것에 책임을 지는 어른들의 세계다. 이날 추위에 떤 어린이들이 스스로 짧은 치마의 얇은 연주복을 원하지도 않았겠지만, 만약 원했더라도 어른들이 말렸어야 할 일이었다. 
  
국가장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조차 감기가 걱정돼 행사장에 안 나온 마당에 일어난 이날 일은, 포멀이 지배하는 이 시대의 자화상이며 배려를 잃어버린 어른들의 무책임이다.
 
굳이 ‘어린이 헌장’을 들추지 않더라도 어린이는 어른들의 따듯한 사랑과 배려 안에서 어린이답게 자라야하지 않겠는가?

송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