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플러스] 입력 2015.11.28
1999년 미국에 유학을 가 대학원 첫수업에서 토론 중 내가 받았던 질문은 한국에 인종차별이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부끄럽게도, 그 주제에 관하여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나는 그렇게 대답을 해놓고는 뒤이어 그 답이 얼마나 잘못된 답이었는지가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 때 나의 대답은 우리 나라가 소위 단일민족으로 구성되었음을 어릴 때부터 자랑처럼 배웠던 탓에 나왔던 것 같다. 우리 땅의 수많은 외국인들은 아예 생각하지 않으면서, 단일민족 사회는 구성원이 모두 같은 민족인데 어찌 생물학적 차이를 이유삼아 구성원끼리 차별하겠는가 하는 단순한 생각만 했던 것이다. 나는 그 날, 내가 인종차별이라는 주제에 대해 무지했었고, 우리 사회가 인종 차별을 논의하지 않음을 마치 문제 자체가 없는 것으로 착각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다인종 다민족이 함께 사는 미국에서 사는 동안 인종과 민족에 관해 더 생각하는 한편, 다름을 대하는 인간의 본성에 관해서도 곰곰 생각하게 된 것은 나 자신 그 곳의 이방인이었고, 소수 민족에 속했으며, 때로는 차별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모두가 ‘다름’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종종 여러가지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외면과 무관심이다. 미국에서 자녀의 학교 PTA(학부모회)에 출석했던 한인 어머니가 “미국 엄마들, 내가 생긴게 달라서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와서인지 말도 잘 안걸더라구요”라고 푸념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계속 참석해도 같은 분위기가 연속되자 그 어머니는 커져가는 소외감 속에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그 때, 서울의 학교에서 학부모회가 열리고 그 자리에 외국인 엄마나 아빠가 참석하면 과연 우리 부모들이 얼마나 따뜻하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까를 상상해 보았다.
외면이나 무관심은 적극적으로 부당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겨져서 자주 그 문제의 심각함을 잊게 만든다. 그러나 외면과 무관심은 항상 또다른 문제를 만든다. 나의 자녀가 유학을 가 국적과 피부빛깔때문에 따돌림당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오늘 내 아이 주위의 외국인과 이주민 자녀들도 따돌림을 당해서는 안된다. 서투른 현지어 능력때문에 일상에서 부당한 일을 경험하는 해외 교포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프다면 , 이 땅의 외국인과 이주민이 우리말을 우리처럼 못한다고 해서 멸시해서도 안된다. 아직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 식으로 사는 것에 서투르다 해서 그들을 업신여겨서는 안된다. 그들이 진정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 느끼지 않으면, 이 나라의 편협성과 우리들의 정의롭지 못함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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