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2.12 우정아 서양미술사·포스텍 교수)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16세기, 베네치아 미술의 황금기를 이끈 화가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1490년경~
1576년)는 조수들과 함께 '신중함의 알레고리'를 제작했다.
세 남자의 얼굴 중 왼쪽을 보고 있는 노인이 티치아노의 자화상이고,
정면을 보는 장년의 인물은 티치아노가 가장 아꼈던 아들이자 조수였던 오라치오,
오른쪽의 젊은이는 조카이자 역시 조수였던 마르코다.
과연 오라치오의 매부리코와 날카로운 눈매는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이들의 머리 위에는 각각 왼쪽부터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에 신중하게 행동하고,
이들의 머리 위에는 각각 왼쪽부터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에 신중하게 행동하고,
미래에 경거망동하지 않도록'하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그들 아래에는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늑대, 사자, 개의 머리가 있다.
이처럼 늑대와 사자, 개의 머리를 가진 짐승은 헬레니즘 시기에
이집트 지역에서 많은 이의 숭배를 받았던 지하 세계의 신(神), 세라피스의 상징물이었다.
세라피스가 들고 다니던 뱀의 몸통에 머리가 셋 달린 짐승은 영원한 시간을 의미했다.
결국 서로 다른 연배의 세 얼굴은 과거로부터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
은퇴를 앞두고 후계자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준비를 하던 티치아노가 젊은이들에게 과거를 살았던
노인들의 지혜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충고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노화가는 자화상을 그리며 자기를 챙기기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했을지언정 노인이라고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곧 올해는 작년이 되고, 내년이 올해가 될 것이다.
시간은 언제든 변함없이 흘러가지만, 그래도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는 연말에는 지난 한 해를 한 번쯤 돌아보고
달라질 미래를 다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추가한 큰이미지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에 신중하게 행동하고, 미래에 경거망동하지 않도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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