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2.15 임민혁 정치부 차장)
"베이징(北京) 주중 대사관 등 중국 공관에 젊은 외교관 지원자가 확 줄어 걱정입니다.
공관 인력 수요를 겨우 맞추는 수준입니다."
최근 외교부 고위 당국자로부터 부내에 퍼지고 있는 '중국 기피' 현상에 대한 고민을 듣고 좀 놀랐다.
최근 외교부 고위 당국자로부터 부내에 퍼지고 있는 '중국 기피' 현상에 대한 고민을 듣고 좀 놀랐다.
"중국 공관이 전통의 인기 공관인 워싱턴·유엔 못지않게 뜨고 있다"는 얘기가 화제가 됐던 것이
불과 5~6년 전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앞으로 외교관으로 크게 되려면 중국을 몰라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대세로
당시에는 '앞으로 외교관으로 크게 되려면 중국을 몰라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툴 정도로 성장한 중국의 국제 위상과 우리 외교에 미치는 영향력 확대를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미국 업무를 담당하던 외교관들도 잇따라 중국 근무에 손을 들었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이후 일본 근무 인기가 떨어지면서 중국 공관 경쟁률은 더 치솟았다.
이런 '쏠림'이 몇 년 만에 '기피'로 급반전한 데는 중국의 악명 높은 스모그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런 '쏠림'이 몇 년 만에 '기피'로 급반전한 데는 중국의 악명 높은 스모그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베이징 공기 나쁘다'는 게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살인 스모그'란 말이
나올 정도로 환경이 악화되고, "누구는 베이징 3년 근무 후 암(癌)에 걸렸다더라"는 식의 괴담까지 보태지면서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외교관들이 급속하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한 30대 초반 외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내 경력만 생각한다면 중국 근무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 30대 초반 외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내 경력만 생각한다면 중국 근무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기와 와이프를 그 환경에서 살게 해야 한다면 생각을 달리해야죠.
그렇다고 가족을 한국에 두고 혼자 부임하는 것도 싫고요."
충분히 이해가 가는 입장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입장이다.
이미 미국 등 주요국이 베이징을 사실상 '오지(奧地)' 취급하며 '스모그 위험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문제가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에게 '외교관의 중국 기피'에 따른 후유증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에게 '외교관의 중국 기피'에 따른 후유증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이나 북핵(北核), 경제 등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이슈에서 중국이 미국 못지않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대(對)중국 외교 역량 강화'는 국가 운명 차원의 과제다.
중국 엘리트들과 인맥을 쌓고 그들의 의중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중국통(通)을 계속 키워내야 하는데,
'스모그 때문에…'라는 변명은 우리 처지에 너무 한가한 얘기다.
그렇다 해도 '공직자로서 사명감·근성이 부족하다'며 젊은 외교관들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대중(對 中) 외교에 구멍이 생기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도 좀 더 선제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중국이 언젠가는 환경 문제를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할 수도 없다.
당장 대안이 없다면 외국처럼 금전적 수당이나 다음 근무지 혜택 등의 인센티브 도입이라도 고려해볼 만하다.
지금은 젊은 우수 인력들이 서로 중국 근무를 하겠다며 싸워도 모자라는 상황이다.
'時事論壇 > 핫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KFX 개발, 10년 책임질 '차르' 뽑아 전권 주라 (0) | 2015.12.17 |
---|---|
[다산칼럼] 국회선진화법이 초래한 야당의 추락 (0) | 2015.12.16 |
[사설] 야당 분열이 국정 현안 삼키는 블랙홀 돼선 안 된다 (0) | 2015.12.15 |
<연합시론> '존재이유 없는 최악 국회' 경고한 국회의장 (0) | 2015.12.11 |
<연합시론> 종교시설, '법치' 예외 영역일 수 없어 (0) | 2015.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