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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FX 개발, 10년 책임질 '차르' 뽑아 전권 주라

바람아님 2015. 12. 17. 10:39

(출처-조선일보 2015.12.17)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16일 한국형 전투기(KFX)의 핵심 기술인 능동 위상 배열(AESA) 레이더 및 체계 통합 기술 개발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맡아 추진하도록 했다. 정부 연구기관이 책임지고 기술 개발에 나섬으로써 미국 정부의 
KFX 핵심 기술이전 거부로 빚어진 난관을 뚫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AESA 레이더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핵심 기술은 총괄 개발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맡기로 했다.

이제 시급한 과제는 KFX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지휘할 컨트롤 타워를 세우는 일이다. 
KFX는 앞으로 10년간 개발비만 8조원이 들어가는 최대 무기 체계 개발 사업이다. 
박근혜 정부 이후에도 2개 정권을 더 거쳐야 한다.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개발을 밀고 나갈 주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군의 수뇌부는 10년 뒤에는 그 자리에 없을 것이다. 
사업이 잘못될 경우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어질 수 있다.

인천공항의 성공은 책임자의 열정과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강동석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1994년 부임 이후 7년 7개월간 공항의 기획·건설·개항까지 전 과정을 하나하나 챙겼다. 
그는 공사장 컨테이너에서 3년 6개월간 숙식을 하면서 공항과 함께 살다시피 했다. 
김영삼·김대중 정권을 이어서 책임을 맡았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면 "인천공항은 반드시 성공한다. 
10년 안에 세계 정상 공항이 된다"는 말을 마치 주문을 외듯 되풀이했다. 
흔들리지 않은 리더십, 열정의 리더십이 오늘날 10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을 만든 것이다.

한국 통신 산업의 신화인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무선 기술과 전(全)전자교환기(TDX) 개발도 마찬가지다. 
1992년 당시 양승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과 서정욱 CDMA 사업관리단장은 업계와 정치권의 CDMA 불가론을 
딛고 4년 만에 CDMA 기술을 개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1982년 TDX 개발 과정에선 체신부 장관에게 '개발에 실패할 경우 어떤 처벌도 달게 받을 것'이라는 서약서까지 썼다. 
이들은 10년 이상 우리 통신 산업을 책임졌고 결과는 통신 강국으로 나타났다.

KFX 사업은 앞으로 각종 부품·소프트웨어 개발부터 시재기 생산과 지상·비행 성능 실험 등 넘어야 할 난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에서 이전받아야 할 기술이 수십 가지이고 우리 힘으로만 개발해야 하는 첨단 기술도 많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고 방향 전환을 위한 결단도 필요할 것이다. 
그때마다 국방부와 군, 개발자들과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고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이 바로 KFX 사업단장이다. 
개발 현장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복잡하고 중대한 문제 앞에서 전권을 쥔 총책임자를 흔히 '차르'라고 부른다. 
KFX 사업은 제대로 된 차르를 임명하고 각 정권이 흔들지 않을 때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