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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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소설가
마음을 치료하는 일에는 크게 두 과정이 있다. 인정과 지지를 보여주면서 내담자의 언어와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공감해 주는 단계다. 아기가 길에서 넘어졌을 때 땅바닥을 “떼지!”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넘어진 아기를 달래고 보살피는 일이 먼저이지, 아기에게 왜 넘어졌느냐고 추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기의 손을 잡고 걸음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 인정과 지지 단계를 거치는 동안 내담자의 내면에서 불안감이 걷히면서 서서히 자아가 강화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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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에 품었던 의문. “빈말이라도 따뜻하게 건네는 게 인생인가, 아프겠지만 참말을 해주는 게 사랑인가.” 훗날 그것이 지지와 직면의 차이 같은 것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아기나 청년처럼 우리 사회도 공감과 격려가 필요한 단계에 오래 머무르는 듯 보인다. 언젠가 엄혹한 직면이 필요할 때 퇴보하지 않기를 소망하는 새해 아침이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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