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5.12.26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유가의 문장을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소박하게 풀이해 보면 수신(修身)이란 자기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다스릴 줄 아는 상태를 말할 것이다. 자기 마음을 낱낱이 성찰해 본 사람은 절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자기의 불편한 감정을 만만한 가족에게 쏟아내는 투사행위를 하지 않으며, 자기 불안을 억압하기 위해 가족의 행동을 통제하지 않는다. 거기서부터 진정한 제가(齊家)가 시작될 것이다. 보통 사람에게 치국(治國)이란 공동체의 평화와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다. 공동체 내에서의 자기 역할을 이행하며 건강한 감시의 기능을 맡는 것이 포함된다. 그런 이들은 불안감 때문에 역할 수행에서 회피나 지연행위를 하지 않으며, 나르시시즘이나 시기심 때문에 공동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을 향해 대안 없는 비난행위도 하지 않는다. 평천하(平天下)는 이후에 도래하는 상태일 것이다.
또 한 해를 보내며, 그동안 지면을 내어 준 매체와 글을 읽어 준 독자께 감사드린다. “이 여자는 남자를 비난하기 위해 궤변을 늘어놓는구먼”이라고 여기는 분께도, “자기가 뭘 안다고 그런 글을 쓰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분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의미 있는 경계의 말씀이 되곤 했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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