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6.01.09 01:14
오래전, 잡지 만드는 일을 하던 때의 경험. 외부 필자에는 두 부류가 있었다. 주제에 맞춤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통찰, 낯선 영감을 솟게 하는 글을 쓰는 필자가 있다. 귀한 특A급 필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마감 시간을 지키는 일이 없다는 것. 다른 편에는 마감을 칼같이 지키는 필자가 있다. 그들의 원고는 두루뭉술한 면이 없지 않지만 담당자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결국 한 가지 기준이 생겼다. 피 말리는 특A급 필자보다는 보통의 필자들과 일한다는 것. 그리고 궁금했다. 왜 어떤 이들은 재능을, 자신을 방기한 듯한 삶을 사는지.
지연행동이 불안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빼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일수록 내면의 기준이 높고, 거기에 못 미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역시 크다. 예전의 특A급 필자들은 데드라인이 발뒤꿈치를 물 때까지 내면의 불안감과 싸웠던 셈이다. 그들도 불안감을 이겨내면서 뜻하는 삶의 길을 얼마간 걷기는 한다. 하지만 8부 능선쯤에 이르러 실패나 성공이 판명 나기 직전에 주저앉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성장기에 재능 있다는 이유로 부모의 큰 기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기대감을 표할 때마다 아이의 내면에는 그만한 불안감이 쌓였을 것이다. 무의식에 깃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성취 바로 직전에 건강한 의지가 꺾이고 만다. 물론 의식 차원에서는 자기 행위를 합리화하는 견고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그들 중 불안의 8부 능선을 넘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간혹 성공의 정점에서 스스로 왕관을 벗어던지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 연예인 중에 그런 사례가 보도되지만 보통 사람들도 목표를 이룬 후 슬럼프에 빠지거나 성공 후 파행의 삶으로 치닫는 일이 있다. 그런 이들 내면에는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자신의 성공이 주변 사람들의 분노를 초래할까봐 두려워한다. 특히 아버지의 성공을 능가해서 아버지의 공격을 받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무의식에 지배당한다.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으려는 더 나쁜 경우도 있다. 자신의 성공이 부모를 기쁘게 할까봐 어떤 일이든 성취 직전까지만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무의식적 선택이어서 의식에서는 인식하지 못한다. 어떤 이가 청년기를 회상하면서 당시 어른들이 자신의 재능을 그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어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재능을 아무것도 되지 않는 데 사용함으로써 복수하겠어요.”
김형경 소설가
지연행동이 불안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빼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일수록 내면의 기준이 높고, 거기에 못 미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역시 크다. 예전의 특A급 필자들은 데드라인이 발뒤꿈치를 물 때까지 내면의 불안감과 싸웠던 셈이다. 그들도 불안감을 이겨내면서 뜻하는 삶의 길을 얼마간 걷기는 한다. 하지만 8부 능선쯤에 이르러 실패나 성공이 판명 나기 직전에 주저앉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성장기에 재능 있다는 이유로 부모의 큰 기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부모가 기대감을 표할 때마다 아이의 내면에는 그만한 불안감이 쌓였을 것이다. 무의식에 깃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성취 바로 직전에 건강한 의지가 꺾이고 만다. 물론 의식 차원에서는 자기 행위를 합리화하는 견고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으려는 더 나쁜 경우도 있다. 자신의 성공이 부모를 기쁘게 할까봐 어떤 일이든 성취 직전까지만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무의식적 선택이어서 의식에서는 인식하지 못한다. 어떤 이가 청년기를 회상하면서 당시 어른들이 자신의 재능을 그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어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재능을 아무것도 되지 않는 데 사용함으로써 복수하겠어요.”
김형경 소설가
'其他 > 김형경의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남자의 건강염려증과 불안 마케팅 (0) | 2016.01.24 |
---|---|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남자가 품고 있는 사랑에 대한 오해 (0) | 2016.01.17 |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지지와 격려를 넘어 성찰과 직면으로 (0) | 2016.01.03 |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심리적 의미 <em>[ (0) | 2015.12.27 |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고집 센 남자와 변덕스러운 여자 (0) | 201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