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성패는 불안을 관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안, 공포 등의 감정과 함께한다. 인간의 영·유아기를 집중 연구한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생후 6개월 이전의 아기가 격렬하게 울곤 하는 이유를 원초적 불안과 공포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인간의 성격이나 성향은 유아기 불안을 어떻게 달래주었는가에 좌우된다. 성장하면서 아기는 원초적 불안감에 더해 현실적인 불안감까지 안게 된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을까 봐, 신체적 상해를 입을까 봐(거세) 두려워한다. 낯선 것,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도 생겨난다. 불안감이 그때그때 해소되지 못하면 내면에 고착되어 이후 발달 단계에 영향을 미치고 마침내 성인의 삶을 좌우한다.
남자의 고집도, 여자의 변덕도 불안감이 표현되는 서로 다른 방식이다. 고집스러운 남자는 자기가 안전하다고 믿는 방식을 고집하면서 다른 길을 외면한다. 모호하고 검증되지 않은 길로 나설 용기를 내지 못한다. 변덕스러운 여자는 선택해야 하는 일 앞에서 무수한 갈등을 겪는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나 손해를 경험하게 될 것 같다는 걱정 밑바탕에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한 여성이 머리핀을 사기 위해 모든 진열 상품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삼십 분쯤 갈등하다가 끝내 빈손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목격한 일이 있다. 그녀는 물건을 살 때마다 사고가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고백했다.
고집 센 남자, 변덕쟁이 여자의 행동을 추동하는 힘은 불안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상 속에서 불안이라는 감정과 접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건강한 편이다. 불안감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사람들은 대체로 중독 물질을 동원해 목적을 이룬다. 그들은 불안을 방어하기 위해 생각하는 능력, 창의력, 생의 에너지까지 억누르면서 삶 전체를 옭아맨다. 친밀한 대상을 좌절하게 하고 내 편인 사람을 떠나보낸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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