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언론인 조갑제 “대한민국 保守는 교양이 부족해…”

바람아님 2016. 1. 16. 00:35
“核은 국가 생존문제… 北 능력 과대평가하고 대처해야”

▲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1970∼1980년대에는 인권과 환경 등 사회적 이슈를 집요하게 파고든 르포르타주 장르의 개척자였다. 1990년대 이후 그는 북핵과 남북관계, 안보·군사 분야에 집중해 탐사보도를 이어왔다. 조 대표가 11일 서울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에서 문화일보와 파워 인터뷰를 한 뒤 창가에 기대어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北엔 말릴사람 - 南엔 막을방법 없어
核 실전배치능력 있다 보고 대응해야

韓의 GDP규모 北의 44배에 달해
‘北핵 vs 南돈’ 비대칭전략 나가야

核 해결과정서 평화적 통일 이뤄질것
최종 타깃 김정은… 無力化땐 돌파구

‘남-북’ 아닌 ‘김정은-한민족’의 대결
1인 최고존엄-7500만 진짜존엄 싸움


그는 ‘기자’다. 올해 70세인 그는 여전히 현장을 누빈다. 누구에게는 신화의 주인공이 되고 누군가에겐 배척의 대상이 된다. 그는 대한민국 탐사보도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조갑제다. 그의 문체는 간결하지만 맹렬하며 공세적이다. 그건 보수주의자여서라기보다는 반세기 가까이 격동하는 시대의 현장에서 살아온 언론인 특유의 비판의식과 집요함에 기인한다. 그는 ‘사실(事實)’을 생명처럼 여기는 기자다. 그가 보수 진영의 한 상징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 진영에서조차 그의 사실 보도에 대한 신앙을 경외한다.

그는 ‘사실 위에 정의를 세울 수는 있어도, 정의 위에 사실을 세울 수는 없다’는 신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KBS 해직기자 출신인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자신의 롤 모델을 조갑제라고 말한다. ‘박정희정부의 포항 석유 발견 조작설’은 탐사보도의 전범이 됐고, 공권력에 의한 사법살인에 경종을 울린 책‘사형수 오휘웅 이야기’는 오랫동안 법조인의 필독서가 됐다.

기자가 기자를 인터뷰하는 게 조금 민망스러웠지만 만나 본 그는 정말 놀라운 사람이었다. 그는 한반도 정세와 안보 현안과 관련한 어떤 전문가보다 전문적 식견을 가졌고 그 누구보다 생생한 역사적 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는 현재 ‘조갑제닷컴’의 대표로 있다. 정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대신 그는 주로 자신의 책 판매 수입금으로 6명이 근무하는 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한다. 조 대표와의 인터뷰는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그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내가 변했다고요. 허허허…. 저는 한 번도 이념적으로 전향한 적이 없어요. 과거나 지금이나. 나를 이념적으로 보수라고 한다면 ‘아니다’라고는 못해요. 그래요, 나는 컨저버티브 리버럴리스트(Conservative liberalist), 보수적 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있어요. 가치관이나 세계관은 보수적이지만 인권과 자유의 가치나 사실을 소중히 여기는 점에서는 자유주의자죠. 저는 한 번도 제가 바뀌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조 대표가 이념보다 사실관계를 더 앞세우고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들은 많다. # 사례 1. 그가 공권력에 의해 사형수가 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청년의 이야기를 추적해 1985년 내놓은 책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는 언론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탐사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권변호사 조영래는 생전에 이 책을 “한국 사법제도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에 대한 드물게 보는 공개 도전장”이라고 평가했다. # 사례 2. 조 대표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부 보수층의 ‘북한군 개입설’을 부정해 왔다. 조 대표는 “합리적인 의심을 넘는 과도한 문제 제기는 보수의 가치일 수 없으며 마녀사냥이고 국가기관에 대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 사례 3. 이중간첩으로 몰려 1960년대 말 사형당한 이수근 사건과 관련, 1989년에 ‘이수근은 간첩이 아니었다’는 특종기사를 쓴 이도 그다. 후일 이 사건은 과거사위원회와 법원을 거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조 대표는 자신이 ‘보수 논객’으로 불리는 데 마땅찮아 한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보수 논객이란 말이에요. 논객의 ‘손님 객’ 자가 좀 한가해 보이거든요. 나는 행동하는 사람인데. 사실을 중요시하면서 행동하는 기자. 사실관계가 명백해지면 이념 논쟁도 할 필요가 없죠. 사실관계가 확실하면 선악에 대한 판단은 저절로 되는 것 아닙니까. 어떤 보수 지식인들은 내가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쓴다면서 빨갱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나는 사실만 말할 뿐입니다. 보수는 진실·정의·헌법이라는 가치를 지향합니다. 근거 없는 거짓 소문을 신봉하고 진실을 외면하면 보수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요.”

―인권과 환경문제를 추적하는 탐사보도로 유명했던 조갑제 기자가 1987년을 기점으로 진보에서 보수로 변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저는 가운데로 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좌회전을 하니까 제가 오른쪽에 선 것처럼 보이는 거죠. 사회가 우회전하면 (제가) 왼쪽으로 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저는 1971년부터 46년간 기자생활을 해왔습니다. 그중 제일 마음 편하게 했던 게 노태우 대통령 시절(1988∼1993)이에요. 그전에는 기사 쓴 것 때문에 정보기관에 붙들려 가서 조사도 받고 언론사에서 쫓겨나기도 했어요. 3번 쫓겨났어요. 노태우 때는 그런 게 없었어요. 그 기간에 한국에서 고문이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 2000년 역사상 수사기관에서 고문을 안 받고 불법연행을 당하지 않게 된 건 최근 30년도 채 안 됩니다. 감동적인 민주주의의 성과죠. (저를 변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좌파이념이 언론사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이념과 언론은 안 맞아요. 이념은 신념이 사실보다 우선시되는 건데 기자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좌파이념이 언론계로 들어오면서 언론의 원칙을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의 위기가 찾아온 거죠.”

기자가 보기에 조 대표의 언론인으로서의 관심과 기질이 1990년을 전후로 일대 변화를 맞았던 것은 맞는 것 같다. 이전엔 사회적 이슈에 끈질긴 추적보도를 했던 조 대표는 1990년 이후 한반도 정세나 북한 이슈, 외교·안보·군사 문제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펴낸 ‘한반도의 핵겨울’이란 책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지난해 5월에 나온 것으로 ‘2017년 핵 인종 집권의 악몽’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한국이 ‘핵전(核前) 무장해제’에 직면해 있으며, 김정은이 핵 발사를 명령할 때 북에는 말릴 사람이 없고 남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책의 논지다.

“제가 1980년대 말부터 북핵 문제를 취재했거든요. 우리 역대 정부가 북핵 능력에 대해서 과소평가해 왔죠. 사실 안보 문제는 과대평가하는 게 맞거든요. 그런데 과소평가를 해온 거예요. 이번 북 핵실험에 대해서도 수소폭탄이니 아니니 하는 학술적 토론을 많이 하는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핵 문제는 국가 생존의 문제다’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은 북한이 핵폭탄을 소형화해서 미사일에 갖다 붙이는 능력, 즉 실전배치 능력까지 왔다고 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핵을 실전배치하려면 운반수단과 결합해야 하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아직 완성단계에 있지는 않잖아요.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가 북핵이 소형화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실전배치죠. 남쪽을 겨냥하는 데 ICBM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인간 핵 배낭’도 있을 수 있고. 하다못해 구형 폭격기로 할 수도 있고. 북한이 약 1000기나 되는 미사일을 갖고 있는데, 이 중 600기가량의 스커드 미사일에 핵폭탄을 장착할 수 있죠. 스커드는 최대 사거리 800㎞에 탄두 중량 1t까지 실을 수 있어요. 한국은 이미 사정권 안에 확실히 들어갔습니다.”

―한국은 일단 한·미 동맹에 의지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도 ‘핵우산’을 내세우고 있고요.

“김정은이 핵 단추를 누르면 7분 만에 서울 상공에서 터집니다. 핵 20㏏짜리 한 방 터지면 30만 명이 죽는다는 시뮬레이션이 있습니다. 이런 게 몇 개만 터지면 국가 기능은 마비될 겁니다. 미국의 핵우산이란 건 남쪽이 그렇게 된 다음 북을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겁니다. 우리가 다 망해버린 다음에 평양을 핵으로 공격하면 한반도 전체를 완전히 핵겨울로 만드는 시나리오예요 지금. 핵이란 것은 쏘지 않도록 만드는 게 최선인데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 노출돼 있다는 거예요, 한국이. 그러니 잠이 안 오는 거죠. 제대로 보면 잠이 안 오는 게 맞죠. 이번에 북한의 4차 핵실험이 나왔는데 수소폭탄이 아니라느니 실패했다느니 이렇게 몰아가고, 미국이나 중국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데 당사자인 한국이 안 나서는데 미국·중국이 우리 대신 왜 싸워줍니까.”

조 대표는 오래 발품을 팔아 집중 보도를 하는 르포르타주 장르를 개척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군사·안보 전공자 이상의 전문적 식견을 갖는 것은 이 분야에 대한 관심 차원을 넘은 어떤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북핵 공격을 받을 경우 대한민국이 사라지거나 협회화(協會化)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조 대표는 대북 선제타격이나 킬 체인(Kill Chain) 구축, 정밀타격 등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북의 핵 공격을 막는 대비책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킬 체인의 기본전제인 사전 탐지 능력이 일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상소설에서나 가능하죠. 핵무기를 갖지 않은 나라가 핵무기를 가진 나라를 선제공격한다는 건데 그걸 어떻게 사전에 탐지합니까. 북쪽에 핵을 쏘아달라는 초대장이라도 보냅니까. 핵실험하는 것도 몰랐는데 핵미사일 쏘는 걸 미리 안다고요.” 외과수술식으로 핵시설을 콕 찍어 괴멸시킨다는 정밀타격,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에 대해서도 조 대표는 불가능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핵전(核前) 무장해제’에 있는 우리의 대처 방안은요.

“전 박근혜 대통령이 거국적인 ‘핵 방어체제’를 선언해야 한다고 봐요. 하나로서는 막을 수 없고 5개, 6개의 방법이 나와야 하겠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도 배치하고 우리 자체의 미사일 방어망을 빨리 개발하고 핵 방공호도 만들어야 합니다. 핵 민방위 훈련도 해야 하고요. 또 자위적 핵무장과 관련해서는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투표 결과 찬성이 나오면 정부에 자위적 핵무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도록 해야 합니다. 전 핵 문제가 바로 안보 문제이고 국가 생존 문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핵무장론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택권을 주는 거죠, 정부에. 그걸 갖고 카드로 활용하는 거죠. 국민투표를 통해서 선택하게 만들면 정부는 굉장히 힘을 받겠죠. 대외적으로 말하기 좋고 이것으로 국민의 안보의식을 정리할 수도 있고. 이렇게 되면 정치도 달라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쪽은 핵이나 잠수함, 재래식 무기 등에서 비대칭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비대칭 전략은 뭐가 있을까요.

“우리 경제력이 국내총생산(GDP)으로 볼 때 북한의 44배나 됩니다. 우리의 비대칭 전략은 돈, 경제력이죠. 현재 대북공작에 쓰는 것보다 10배를 더 써야 합니다. 핵 방어시설과 방어망을 만드는 게 어떤 것보다 우선순위가 돼야 해요. ‘핵 대 돈’이라는 비대칭 전략을 우리가 써야 합니다.”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글을 쓰고 취재를 해온 입장에서 정리된 통일론이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합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통일이 이뤄질 거라고 봅니다. 이게 통일의 실마리예요. 북핵이 가장 어려운 문제거든요.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타래가 풀리듯 할 거예요. 통일의 형태는 자유통일이어야 하고 그 과정은 평화로워야 하겠죠. 헌법에 규정한 대로요. 즉 ‘평화적 자유통일’이죠. 헌법도 그렇게 규정돼 있습니다. 그게 북한지역까지 민주화함으로써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를 만족시키는 길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종적인 표적은 김정은이라는 겁니다.”

―그 말씀은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렇죠. 김정은을 제거 또는 무력화시키는 데서 핵 문제가 해결되고 통일의 돌파구가 생깁니다. 가장 피해도 작을 거고요. 가장 위험한 사람이 김정은이거든요. 김정일보다 더 위험하죠. 김정은을 타깃으로 할 때 전략 개념이 분명해진다고 봐요.”

―자유통일은 흡수통일로 이해가 되는데, 무력적 방법을 통하지 않은 흡수통일이 가능할까요.

“북한을 쳐들어가서 통일한다는 것은 ‘하지하책(下之下策)’이죠. 그런 수를 왜 씁니까. 북한이 스스로 힘으로 변화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노동당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야 하죠. 오늘날 우리가 취해야 할 구도는 ‘남한 대 북한’이 아닙니다. ‘한민족 대 김정은’입니다. 7500만 명 대 1명인 거죠. 단 한 명의 최고존엄이 있고. 7500만 명의 진짜 존엄이 있는 겁니다. 북한 주민들 전체를 존엄으로 만들고 자유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김정은 대 한민족’의 대결인 거죠. 그렇게 봐야 북한 주민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올 수 있고,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조 대표가 역대 정권의 공과(功過)를 보는 시선은 흥미로웠다. 요약하면 이렇다. ‘이승만은 프랑스 드골보다 훌륭한 대통령이다. 한민족에 자유를 선물한 사람이며, 보편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다. 박정희는 천재적인 국가주의자다. 자주국방에 대한 신념도 높았다. 전두환은 사람을 잘 부리고 보스 기질이 있는 사람이다. 경제를 연평균 10.1%의 성장률로 끌어올린 지도자였고 그것 덕분에 이후의 ‘소란스러운 민주화’가 가능했다. 노태우는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고 한국이 민주화로 이행하는 이중의 전환기 때 세계사의 흐름을 타고 북방정책을 폈다. 김영삼은 한국의 간디 같은, 민주화에 가장 공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집권 후 좌파적 역사관이 들어간 게 아쉽다. 김대중은 외환위기를 잘 극복해 대기업 경쟁력을 강화했고 세계적 개방체제로 가는 중요한 일들을 해낸 게 공이라면, 한국사회 안에 좌파 세력이 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준 게 과다. 노무현은 권력·수사·정보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게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적은 게 공, 대북 종속적 남북관계를 부른 게 과다. 이명박은 2차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지만 반헌법적인 좌파 세력과의 대결을 회피하고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오점을 남겼다.’

―보수주의자로서 한국의 보수주의를 평가한다면.

“우리나라 보수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교양’입니다. 보수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그걸 기반으로 해서 더 발전시키는 건데 우리 보수는 너무 교양이 부족해요. 또 온실 속의 보수는 안 됩니다. 정부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 견제 기능이 약화하고, 어용이란 딱지가 붙죠. 진정한 보수는 헌법과 사실에 기반한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정부가 잘못하면 보수가 더 정부를 비판해야죠. 진정한 보수는 헌법의 공정성을 지키는 데 있어요.”

조 대표와의 파워 인터뷰에서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았다. 기자들끼리 정국 방담을 하는 건 한가하다는 공감도 작용했다. 다만 그는 최근 ‘안철수 신당’ 흐름에 대해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고,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중심제 사이의 어중간한 이원집정부제는 위험하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북하지 못한 것은 미래를 위해 잘된 일이라는 평가도 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그는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사회가 우회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보수주의자 조갑제의 민주주의론은 어떨까. “민주주의는 세 가지죠. 미국 헌법에 적혀 있습니다. 안전, 자유, 복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충족돼야 합니다. 박정희·전두환 이런 분들은 안전과 복지로 가는 바탕을 만들었고 김영삼·김대중 이런 분들은 자유의 부분을 담당했죠.” 조 대표는 한때 주사파 운동권의 대부로 불렸다 전향한 ‘강철’ 김영환의 자질과 재능을 아껴 중국에 체류 중인 그의 귀국을 돕기 위해 지난 1999년 자신이 ‘좌파 정권’으로 공격했던 김대중의 청와대에 이를 주선해준 일도 있다. 김영환은 지난해 말 자신이 펴낸 책 ‘다시 강철로 살아’에서 조 대표의 도움으로 남쪽에 정착하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조 대표를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는 이념과 사실이 충돌할 때에는 사실을 선택하는 사람이라고. 조갑제는 ‘사실을 생명처럼 받드는 기자’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