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저 소녀가 '카버'를 찾는 날까지

바람아님 2016. 2. 4. 01:11
시사INLive 2016.02.03. 15:43

2016년 새해를 맞아 <시사IN>이 벌인 스마트폰 사진 공모전에 접수된 사진은 총 110여 점. <시사IN> 편집국은 이들 사진을 놓고 엄정한 심사를 벌인 결과 총 여덟 점을 1월의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카메라를 이용했거나 1월의 주제(‘단골 가게’)를 비켜간 작품은 아쉽지만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중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것은 정도선씨(경남 산청)가 보내온 ‘진주문고’. 서점 내부 계단에서 한 소녀가 동화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순간 포착한 사진이 최우수상에 올랐다. 경남에 있는 진주문고는 ‘홍준표 지사에게 권하는 책’ ‘단골의 서재’ 등 색깔 있는 기획전과 서가 운영으로 진주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30년 된 동네 책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진주문고에서 기획팀장으로 일했던 정씨는 지금은 독자로서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공모전에 출품한 사진은 그가 직원이던 시절, 책방에 들른 꼬마 손님을 찍은 것. 사진 속 어린 소녀가 언젠가 어른이 되어 '레이먼드 카버 소설은 어디 있나요?'라고 물어오는 날까지, 진주문고가 오래오래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진을 찍었다.


패스트푸드점에 마주 앉은 노인과 테이블이 3개밖에 없다는 단골 술집의 메뉴판에 주목한 조훈, 황승길씨의 작품은 나란히 우수상에 올랐다. 이들 작품은 구도가 안정됐으면서 피사체에 대한 연민 또는 애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밖에 장려상으로는 △길 가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단골 가게의 독특한 간판(김희선) △120년 된 건물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 단골 카페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민석기) △골목길 단골 카페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주인장과 그 아들(신수현) △커피 전문점으로 바뀌게 된 동네 슈퍼에 모여 마지막 송별회를 여는 주민들(이명기) △졸업 후 대학 도서관 출입이 불가능해진 터에 새 둥지가 되어준 카페 앞에서 누군가 비둘기 모이를 주는 풍경(장재원) 등을 스마트폰에 담은 작품 다섯 점이 선정됐다.


최우수상 / 정도선 경남의 진주문고에서 한 소녀가 동화책을 읽고 있다. 소녀가 어른이 될 때까지 단골 책방이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최우수상 / 정도선 경남의 진주문고에서 한 소녀가 동화책을 읽고 있다. 소녀가 어른이 될 때까지 단골 책방이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우수상 / 황승길 퇴근길 자주 들르는 단골 술집의 메뉴판 사진. 제주 출신 할머니가 혼자 장사하는 집이다.
우수상 / 황승길 퇴근길 자주 들르는 단골 술집의 메뉴판 사진. 제주 출신 할머니가 혼자 장사하는 집이다.
우수상 / 조훈 회사 인근 패스트푸드점. 항상 노인들로 가득한 가게 안을 바라보며 우리의 노후를 생각한다.
우수상 / 조훈 회사 인근 패스트푸드점. 항상 노인들로 가득한 가게 안을 바라보며 우리의 노후를 생각한다.
장려상 / 폐업을 앞둔 단골 슈퍼에 모인 주민들(이명기)
장려상 / 폐업을 앞둔 단골 슈퍼에 모인 주민들(이명기)
장려상 / 대학 도서관 대신 새 둥지가 되어준 카페 앞의 비둘기(장재원)
장려상 / 대학 도서관 대신 새 둥지가 되어준 카페 앞의 비둘기(장재원)
장려상 / 첫눈에 들어가고 싶게 만들었던 단골 카페 간판(김희선)
장려상 / 첫눈에 들어가고 싶게 만들었던 단골 카페 간판(김희선)
장려상 / 120년 된 건물을 복원해 만든 카페의 창으로 쏟아지는 햇빛(민석기).
장려상 / 120년 된 건물을 복원해 만든 카페의 창으로 쏟아지는 햇빛(민석기).
장려상 / 단골 카페 주인장과 아들의 소소한 일상(신수현)
장려상 / 단골 카페 주인장과 아들의 소소한 일상(신수현)

김은남 기자 /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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