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중앙일보 강남통신 홈페이지에 게재한
칼바람과 강추위가 몰아치던 날 뚝섬 한강공원 늦은 오후의 풍경입니다. 따뜻한 겨울이 될 거라던 예상과 달리 갑자기 닥쳐온 한파에 깜짝 놀란 지난주였죠.
이 사진을 보면서 박완서 선생이 쓴 책 ‘노란집’(열림원, 2013년)이 생각났습니다.
여든에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이 70대에 들어서면서 쓴 글을 모은 책인데 책에는 겨울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겨울나무가 봄이나 여름 가을 나무 못지 않게 아름답다는 걸 안 것은 나이든 후였다. 어떤 나무든지 잎이나 꽃을 완전히 떨군 후에 오히려 더 조화롭고 힘차 보이는 게 그렇게 신기해 보일 수가 없었다. 벌거벗고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늠름하고 자체로서 더 보탤 것도 덜 것도 없이 완벽하게 조화롭다.’
사진 속 겨울나무는 시린도록 푸른 하늘 아래서 맨 가지를 드러내고 의연하게 서 있습니다. 책에서 박완서 선생은 겨울나무의 모습을 ‘앙상하지만 의연하다’고도 표현했는데 이 사진 속 겨울나무도 그렇습니다.
푸르른 이파리를 매달고 있는 청년의 삶 못지 않게 노년의 삶이 아름다운 것처럼 말입니다.
이 달의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기온 경향을 보이겠으나,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겠음’이라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비슷할 수도 있고, 추울 수도 있고, 따뜻할 수도 있다는 거네요. 마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삶처럼 말이죠. 또 다시 강추위가 찾아온다면 가까운 겨울나무 한 번쯤 쳐다보는 거 어떨까요.
앙상하지만 의연한 겨울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웅크린 어깨와 가슴을 펴보는 겁니다.
박혜민 메트로G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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