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6.02.12 01:26
우리 옛 건축을 이렇게 톺아본 건 건축가 김원씨 말마따나 “해방 이후 처음”이다.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전은 건축이 인문사회학이자 인간학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서울 이태원로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막한 이 특별전이 눈 밝은 관람객들 호응 덕에 다음달 27일까지 연장됐다.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알현했다는 종묘부터 조선시대 터무니의 절정인 창덕궁까지 10개 대표 건축물이 6명 사진가의 작업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우리 선조는 건축이란 말 대신 ‘영조(營造)’라는 표현을 썼다. 집은 세우는 게 아니라 짓는 것, 즉 사는 방법을 만드는 일이다. 덜 미학적인, 그래서 더 윤리적인 집 짓기를 추구한 조선 선비들은 자연을 향해 열린 공간을 만들어냈다.
불교 사찰과 유교문화의 정점인 종묘를 묶은 ‘침묵과 장엄의 세계’, 궁궐 건축과 성곽·관아를 통해 본 ‘터의 경영, 질서의 건축’, 서원·정원·민가를 엮은 ‘삶과 어울림의 공간’, 전시의 3개 주제는 선조의 지혜 창고였던 천지인(天地人)을 반영한다.
수십 번 현장을 찾아 카메라 렌즈를 들이댄 주명덕·배병우·구본창·김재경·서헌강·김도균 작가는 전통 건축 사진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이들 건축에서 뿜어져 나오는 흔들림 없는 힘, 우리를 에워싸는 빛, 파동 치는 존재의 충만함을 잘 느낄 수 있는 건 사진 덕이다.
박종우 영상감독이 찍은 ‘장엄한 고요’, 전봉희 서울대 교수와 건축학과팀이 만든 ‘해인사 불국사의 가람 배치 모형과 단면도 부조’는 감탄을 자아낸다.
땅의 조건에 순응해 어우러지는 집, 주변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흐르던 어느 날엔가 건물 자체가 환경을 이루는 집이다. 건축은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을 품고 있는 시대의 거울임을 전시는 보여준다.
자문역을 맡은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이상해 문화재위원장,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기획 초기에 1970년대 후반에 발간되다 만 사진작가 임응식(1912~2001)의 ‘한국의 고건축’ 시리즈 완성을 염두에 뒀다.
다음달 초에 출간될 『땅의 깨달음, 한국 건축』은 이번 전시 출품작을 중심으로 사진집 10권, 총론집 1권, 영상물 1권으로 이뤄진 한국 건축 미학의 집대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 18세 이하 청소년 무료 관람에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02-2014-6901.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배병우의 ‘창덕궁 후원’. [사진 삼성미술관 리움]
우리 옛 건축을 이렇게 톺아본 건 건축가 김원씨 말마따나 “해방 이후 처음”이다.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전은 건축이 인문사회학이자 인간학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서울 이태원로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막한 이 특별전이 눈 밝은 관람객들 호응 덕에 다음달 27일까지 연장됐다.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알현했다는 종묘부터 조선시대 터무니의 절정인 창덕궁까지 10개 대표 건축물이 6명 사진가의 작업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우리 선조는 건축이란 말 대신 ‘영조(營造)’라는 표현을 썼다. 집은 세우는 게 아니라 짓는 것, 즉 사는 방법을 만드는 일이다. 덜 미학적인, 그래서 더 윤리적인 집 짓기를 추구한 조선 선비들은 자연을 향해 열린 공간을 만들어냈다.
불교 사찰과 유교문화의 정점인 종묘를 묶은 ‘침묵과 장엄의 세계’, 궁궐 건축과 성곽·관아를 통해 본 ‘터의 경영, 질서의 건축’, 서원·정원·민가를 엮은 ‘삶과 어울림의 공간’, 전시의 3개 주제는 선조의 지혜 창고였던 천지인(天地人)을 반영한다.
수십 번 현장을 찾아 카메라 렌즈를 들이댄 주명덕·배병우·구본창·김재경·서헌강·김도균 작가는 전통 건축 사진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이들 건축에서 뿜어져 나오는 흔들림 없는 힘, 우리를 에워싸는 빛, 파동 치는 존재의 충만함을 잘 느낄 수 있는 건 사진 덕이다.
박종우 영상감독이 찍은 ‘장엄한 고요’, 전봉희 서울대 교수와 건축학과팀이 만든 ‘해인사 불국사의 가람 배치 모형과 단면도 부조’는 감탄을 자아낸다.
땅의 조건에 순응해 어우러지는 집, 주변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흐르던 어느 날엔가 건물 자체가 환경을 이루는 집이다. 건축은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을 품고 있는 시대의 거울임을 전시는 보여준다.
자문역을 맡은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이상해 문화재위원장,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기획 초기에 1970년대 후반에 발간되다 만 사진작가 임응식(1912~2001)의 ‘한국의 고건축’ 시리즈 완성을 염두에 뒀다.
다음달 초에 출간될 『땅의 깨달음, 한국 건축』은 이번 전시 출품작을 중심으로 사진집 10권, 총론집 1권, 영상물 1권으로 이뤄진 한국 건축 미학의 집대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 18세 이하 청소년 무료 관람에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02-2014-6901.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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