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학예사가 작업 중인 금동불은 2014년 미국에서 구입해 화제가 됐던 국보급 통일신라 불상이다. 하지만 대좌(臺座·불상을 올려놓는 대)의 귀꽃 장식이 거꾸로 달려있는 등 예전 소장자에 의해 잘못 복원된 부분이 있었다. 금속 복원 전문가인 그는 "잘못된 걸 바로잡고 균열이 있거나 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40주년 맞은 '문화재 병원'
지난 5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1층 보존과학부를 찾았다. 보안장치가 설치된 출입구를 통과하니 천장 높이 6m가 넘는 복도가 끝없이 이어졌다. 또 한번의 '신분 확인'을 거친 후 박물관의 가장 '은밀한 곳'에 다다랐다. 최첨단 연구실을 방불케 하는 보존처리실이다.
백제 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신라 기마인물형 토기(국보 제91호)도 이곳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보존처리실은 훼손된 유물이 응급처치나 복원 수술을 받는 '종합병원'이다. 1976년 3월 학예연구원 두 명으로 시작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현재 30여명의 학예사·연구원이 금속, 목제, 토기·도자기, 석조, 서화, 직물 등 각 분야 문화재 분석과 보존처리를 맡고 있다.
이날 연구원들은 온갖 첨단 기기들을 앞에 놓고 작업에 몰두해 있었다. 토기·도자실에선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중국 도자기 수십 점을 세척 중이고, 서화실에선 9월 '도시와 미술' 특별전에 나올 '화성도(華城圖)' 12폭 병풍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박물관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형 석조 보존처리실'을 동관 건물 북쪽에 마련했다. 용산 이전 후 10년 동안 수장고 신세를 면치 못했던 석탑들을 예전 모습대로 복원할 수 있게 된 것. 이날 석조실에는 1차 보수가 끝난 충주 정토사지 홍법국사탑(국보 제102호)이 재조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현성 학예연구사는 "3월에 탑비까지 보존 처리를 끝내고 6월에 야외 석조 전시장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작 비밀 밝히는 첨단 과학
국립박물관 보존과학부의 40년이 곧바로 우리나라 문화재 보존과학의 역사다. 초창기엔 장비가 열악해 웃지 못할 일화도 여럿 남겼다. 1976년 보존처리실이 처음 생기고 첫 작업한 유물이 서울 삼양동에서 출토된 금동보살입상(국보 제127호). 집수리 중 곡괭이에 맞아 발견돼 옷자락 일부가 파손됐는데 마땅한 보존 기구가 없어 이쑤시개로 접착제를 붙였다.
이용희 보존과학부장은 "1980년대까지 훼손된 유물을 붙이고 녹슨 걸 벗겨내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구조와 재질, 제작 기술과 관련된 비밀을 밝혀내는 단계까지 왔다"고 했다. 신라 최치원 초상화는 적외선 촬영 결과 주인공 좌우에 시중 드는 동자승이 숨어 있었고, 조선 중기 문신인 정곤수 초상화를 X선 분석했더니 청나라 관복을 입은 또다른 초상화가 보였다. 화가가 덧칠해 그린 그림에 숨겨진 원래 그림이 확인된 것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아픈 부위를 '진단'하는 시스템도 강화됐다. 단순히 수리 복원을 넘어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예방 보존의 역할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용희 부장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는 국립박물관이 자체 소장품뿐 아니라 공사립박물관 유물의 보존처리까지 지원하게 돼 있다. 내부에 보존과학센터를 만들고 시설과 장비·인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물관은 3월 특별전 '보존과학,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에서 문화재 복원 과정을 생생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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