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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급'으로 시작한 컴퓨터바둑, 이젠 프로 실력

바람아님 2016. 3. 2. 11:44

(출처-조선일보 2016.03.02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1969년 美 과학자가 첫 개발… 2001년엔 9급 정도로 실력 향상
서봉수九단이 대국 때 일부러 첫수 엉뚱한 곳에 두며 싸우자 컴퓨터가 당황, 몰살당하기도
韓·佛프로그램, 프로에 4점 접바둑… 알파고는 프로 기사와 맞바둑

세계 최초의 바둑 대국 컴퓨터 프로그램은 1969년 미국 앨버트 린지 박사가 만들었다. 
그들이 이 프로그램을 스스로 '38급'으로 매긴 것은 형편 없는 실력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었다.

세계 컴퓨터 학자들에게 바둑 프로그램 개발 열기를 불어넣은 사람은 대만 재벌 고 잉창치(應昌期)였다. 
그는 잉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 3년 전인 1985년 제1회 세계컴퓨터바둑대회를 창설하고, 
프로기사를 이기는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150만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하지만 그가 시한으로 정한 2000년까지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1990년대 최고의 컴퓨터 바둑 대국 프로그래머는 중국인 천즈싱(陳志行)씨였다. 
컴퓨터학과 교수였던 그는 1995년 제11회 잉씨배 대회서 우승한 '핸드토크', 2001년 한국 가로수닷컴배 컴퓨터바둑대회에서 
우승한 '고메이트'를 개발, 세계 대회에서 아홉 차례나 우승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도 10급에 못 미치는 실력이었다. 
천즈싱 교수는 "한 급(級)을 올리는 데 2년 이상 걸린다"며 "컴퓨터의 인간 정복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토로했었다.

한국에선 서봉수 9단이 2001년 가로수닷컴배 우승 프로그램인 '고메이트'와 9점 접바둑을 둔 적이 있다. 
장난기가 발동한 서 9단이 첫수를 '2의 二'에 둔 뒤 난전을 유도하자 고메이트가 갈팡질팡하다 몰살당했다. 
서 9단은 '고메이트'의 실력을 9급으로 사정(査定)했다.

2008년 마침내 9점의 벽이 깨졌다. 
제24회 전미 바둑콩그레스서 프랑스인 레미 쿨롱이 개발한 'MOGO'가 한국 출신 김명완 9단에게 9점으로 도전, 
1승1패로 한 판을 이긴 것이다. 
'MOGO'는 1년 뒤 대만서 열린 세계컴퓨터바둑선수권대회 기념행사에선 대만의 저우쥔쉰(周俊勳)을 7점을 놓고 꺾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저우쥔쉰은 2007년 제11회 LG배서 우승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던 중이었다.

레미 쿨룽이 'MOGO' 이후 개발한 '크레이지 스톤'은 인간과의 격차를 4점으로 좁혔다. 
일본이 창설한 전성전(電聖戰)에서 2013년과 2014년 연속 이시다(石田芳夫) 9단과 요다(依田紀基) 9단에게 4점을 놓고 
3집승을 거뒀다. 한국제 프로그램인 '돌바람'도 2015년 조치훈 9단에게 4점으로  불계승했다.

인간 대 컴퓨터의 간격은 이렇게 4점으로 굳어지는 듯했으나 작년 10월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중국 프로 출신 판후이에게 호선(互先)으로 5연승, 순식간에 맞바둑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알파고는 이어 '크레이지 스톤' 'Zen' '푸에고(Fuego)' 등 당대 최강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상대로 494승1패라는 
경이적 성적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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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국은 백돌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

    제한 시간 2시간을 각각 갖게 되며, 2시간을 모두 사용한 후에는 1분 초읽기가 3회씩 주어진다/

    대국 일정은 ▲3월 9일(1국) ▲3월 10일(2국) ▲3월 12일(3국) ▲3월 13일(4국) ▲3월 15일(5국)/

    국내에선 바둑 TV를 통해 또 중국과 일본 등지에선 TV를 통해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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