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科學과 未來,環境

[트렌드 돋보기] 이세돌만 있고 AI는 없다

바람아님 2016. 3. 3. 10:03

(출처-조선닷컴 2016.03.03 김신영 경제부 기자)


김신영 경제부 기자외계인 탐사 전문가인 미국의 세스 쇼스택 박사는 20년 넘게 지적(知的) 외계 생명체를 연구하고 있다. 
몇 해 전 그를 만나 "외계인이 어떻게 생겼을까"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사전만 한 크기의 인공지능(AI)일 겁니다. 
기계가 생물보다 생존력이 좋고, 지적으로 더 빨리 진화하거든요." 
흥미로운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다.

이듬해 IBM의 인공지능 '왓슨'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자의 질문을 받았을 때도 공상과학이 연상됐다. 
"근근이 세미나에 다니는 인간 의사와 세상의 모든 논문을 읽어들이는 인공지능 의사가 있습니다.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인공지능 의사'라고 답은 하고도 속으론 딴생각을 했다. 
'일단 만들어 보여주시지….'

프로 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달 초 맞붙는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인공지능 의사를 떠올렸다. 
궁금한 마음에 '왓슨'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몇 시간을 순식간에 보냈다. 
4년 정도 지났을 뿐인데 인공지능은 현실 곳곳에 침투해 있었다. 
인공지능 의사는 2년 전 이미 미국 유명 암센터인 MD 앤더슨에 (인간)의사의 보조로 취업한 상태였다. 
프로농구팀 토론토 랩터스도 '모든 농구 데이터를 분석하라'며 왓슨을 고용했다. 
한 제약회사가 인공지능을 이사로 위촉하고 경영 조언을 구한다는 기사까지 읽고 나니 
말 그대로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기분이었다.

지난 몇 년 사이 인공지능은 예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해 왔다. 
관련 기술이 계속 개선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이 습득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의 양까지 무섭게 늘어난 덕분이다. 
IBM·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미래의 돈벌이라고 판단하고 인공지능에 앞다퉈 투자를 늘린 영향도 컸다.

인공지능에 대한 국제사회와 학계의 논의도 치열하고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유엔에선 인공지능 무기의 실전 투입 문제를 두고 미국(찬성)과 독일(반대) 진영이 맞서 팽팽한 토론을 벌였다. 
철학계에선 인공지능이 인간만 한 '생각' 능력을 갖추는 것은 시간문제이므로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의 
정체성 혼란에 대비하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이런 흥미진진한 논쟁은 한국인에게 아직 공상과학처럼 들린다. 
한국의 기술 수준 자체가 초라하기 때문이다. 
혁신과 멀어진 대기업들은 큰 관심이 없는 듯하고 정부도 대충 끌려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연초 업무 보고 때 '올해 안에 인공지능 전략을 마련  할 예정'이라는 한가한 계획과 함께 일단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장기 국가 전략을 수립한 일본의 3%, 미국의 1% 수준에 그치는 금액이다.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다. 
인공지능 선진국이어서가 아니라 바둑 최고수 이세돌이 한국인인 덕분이다. 
속 편하게 '이세돌 이겨라'라고 응원하기엔 어째 좀 머리가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