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인공지능' 알파고에 충격의 불계패(종합)
연합뉴스 2016.03.09. 17:06알파고 첫수에 1분30초 뜸 들여…양 화점 포석 출발
이세돌, 낯선 상대에 긴장한 듯 잦은 실수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윤보람 기자 = 세계 최정상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33) 9단이 인공지능과의 역사적인 대결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이세돌 9단은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 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1국에서 흑을 잡고 186수 만에 불계패했다.
구글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을 5대 0으로 누른 데 이어 인류 대표로 나선 이세돌마저 제압해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이세돌은 이번 대국을 앞두고 승리를 자신했으나 5개월여 동안 '특수 훈련'을 쌓은 알파고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레벨이었다.
유튜브로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대국은 딥마인드의 개발자이자 아마추어 6단인 아자황이 알파고를 대신해 돌을 가린 결과 이세돌 9단이 흑을 잡았다.
먼저 돌을 두게 된 이 9단은 첫수로 우상귀 소목을 선택했다.
알파고는 인공지능답지 않게 첫수부터 뜸을 들이다 1분30초 만에 좌상귀 화점에 돌을 놓았다.
이세돌은 다음 수로 우하귀에 역시 소목을 택했고 알파고는 4번째 수를 좌하귀 화점을 차지하면서 양 화점 포석으로 대국을 시작했다.
알파고는 판후이(중국)와 대국에서도 5판 모두 첫 수를 화점에 놓았다.
이세돌은 다음 수로 우상귀를 걸친 뒤 알파고가 날일자로 받자 우변 중심 화점에서 날일자로 처진 곳에 착점했다.
이후 이세돌은 우변에 집을 짓고 알파고는 상변에 세력을 쌓아 흑을 공격하는 전투가 벌어졌다.
특히 알파고는 상변에서 흑을 강하게 끊으며 거칠게 몰아붙여 초반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다.
초반 공세를 막아낸 이세돌은 우상귀에서 뻗어 나온 알파고의 돌을 공격하면서 중앙에 세력을 쌓았고 좌하귀에 양걸침을 하면서 포인트를 만회했다.
이후 좌하귀 접전을 통해 이세돌 9단이 좌중앙에 큰 집을 만들어 다소 유리한 형세를 만들었다.
그러나 알파고가 예상치 못한 승부수 한 방을 터뜨려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형세가 불리하다고 정확하게 판단한 알파고는 백 102수로 우변 흑집에 침투했다.
뜻밖의 승부수에 당황한 이세돌은 장고를 거듭했으나 좀처럼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결국, 흑집이 부서지며 우상변이 백집으로 돌변해 형세가 급격하게 알파고 쪽으로 기울었다.
이세돌은 이후 맹렬하게 추격전을 펼쳤으나 좀처럼 집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KBS 해설을 맡은 박정상 9단은 "반면 승부로 보일 만큼 백이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승부'라는 말은 흑과 백의 집이 비슷하다는 뜻이다.
즉, 백에게 덤 7.5집을 줘야 하는 이세돌이 그만큼 불리한 판세인데 프로 대국에서는 뒤집을 수 없는 차이다.
수차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고민하던 이세돌은 결국 186수 만에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바둑 TV 해설을 한 유창혁 9단은 "오늘 이세돌 9단이 낯선 상대와 대국하면서 다소 긴장한 듯 평소답지 않게 실수가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2국은 10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연합시론> 가공할 인공지능의 진화..이세돌 최선 다하라
연합뉴스 2016.03.09. 17:57이날 대국에서 이세돌은 특유의 의표를 찌르는 수로 알파고의 판단을 시험하는 등 초반엔 비교적 여유 있는 모습이었으나 중반이 지나면서 알파고의 승부수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서 비세에 몰렸고 끝내 돌을 던져야 했다. 이세돌은 5번기 첫판을 패배함으로써 승부의 중압감 속에서 나머지 대국에 임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알파고는 전투에서 이세돌의 공격을 결코 피하지 않았고, 승기를 잡은 이후의 반면 운영에서도 인공지능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노련한 기량을 선보였다. 알파고는 세계적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자회사 구글딥마인드가 야심차게 개발한 인공지능을 장착한 슈퍼컴퓨터이다. 종합적인 판단과 감각적인 대응까지 가능한 신경망까지 갖췄다. 알파고는 인간이라면 평생 검토해도 불가능할 정도의 많은 기보를 단시일에 습득했고, 이를 통해 확률적으로 이기는 수를 찾아내는 심화학습 능력인 딥러닝 기능을 갖고 있다.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과 실전을 통해 실력을 계속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능력을 키운 알파고는 작년 10월 유럽 챔피언인 프로기사 판후이 2단을 상대로 5대 0 전승을 거둔 뒤 5개월 만에 10여 년간 세계 바둑계에서 최정상 자리를 지킨 이세돌에게 도전했다.
우리는 이세돌이 끝까지 선전해 인류의 자존심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밋 회장은 이번 대국에 앞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인류의 승리"라고 얘기했지만, 만약 이세돌이 패한다면 인간의 정신세계까지 기계에 정복당했다는 상실감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다. 과학자들은 최고 바둑 고수들이 알파고에 굴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예상하지만, 그 순간이 좀 더 유예됐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인공지능의 경이로운 진화 속도가 인류에게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알파고의 경우 학습을 통해 바둑 외 다른 분야까지 습득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의료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삶의 편익이 증대되겠지만 현재 인간이 갖고 있는 직업의 상당수가 위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제조업의 생산 공정이나, 가전, 자동차 등은 물론 일반 업무 분야까지 인공지능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따라서 정보기술(IT) 등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분야를 제외한 범용 기술이나 업무에서 인간의 설 땅은 점점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교육과 직업, 복지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선은 인공지능 개발과 응용 등의 기술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 수반하는 문제점 등도 면밀하게 검토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은 하고, 자체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선제적으로 해나가는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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