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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토크] 후쿠시마 5년, 체르노빌 30년

바람아님 2016. 3. 11. 23:57
국민일보 2016.03.11. 17:57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규모 9.0의 강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소재 원자력발전소가 붕괴되었다. 미국의 GE사가 1970년대 건설한 원자로 6기 중 3기는 가동 중이었고 나머지는 점검 중이었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단전으로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미작동하면서 4기의 원자로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다량의 고준위 방사성물질이 대기와 해양으로 방출되었다. 인명피해 규모는 명확하지 않으나 현재까지 13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위키피디아
후쿠시마 원전사고. 위키피디아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북서부 도시 체르노빌에 위치한 원전은 옛 소련식 원자로 6기로 계획돼 그 당시 4호기까지 준공하고 가동 중이었다. 운전 사고가 발생한 원자로는 5개월 된 최신의 4호기로 노심이 수차례 폭발을 일으켰고, 붕괴된 원자로 뚜껑 위로 떨어진 크레인이 노심을 완전 파괴해 20세기 최악의 방사성물질 유출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당시 31명이 죽고 5년 동안 7000여명이 사망했고 70여만명이 치료를 받았다.


국제 원자력 사고등급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인 ‘7단계’를 기록한 원전 사고는 역사상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둘뿐이다. 이처럼 지구상 가장 치명적인 사고였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사고 후 대처는 정반대이다. 체르노빌 원자로는 단계적으로 폐쇄돼 2000년 발전소 자체가 영구폐쇄됐지만 일본은 사고 직후 ‘원전 제로’를 선언하고 잠시 원전 가동을 중지했을 뿐 2012년 아베 정권은 원전 재가동 정책을 추진하였다.


일본의 폐쇄성으로 후쿠시마의 진실이 얼마나 공유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그 영향이 만성적이고 치명적인 동시에 전 지구적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출생의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저서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통해 원전 사고의 치명성과 망각의 위험성을 환기시킨다.


후쿠시마 지역 미성년자 갑상샘암 발생률이 타 지역의 12배에 달한다는 국제환경역학회의 경고에도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와 무관하다고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은 2011년 21기에서 2016년 25기로 늘어났고, 월성 1호기와 고리 4호기는 수명이 연장돼 재가동 중이다. 원전 위험성에 대한 망각을 경계하고 타산지석의 지혜를 모을 때이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