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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세돌 9단이 보여준 건 우리의 미래다/알파고는 인간 돕는 약AI…자아 갖는 강AI는 먼 얘기

바람아님 2016. 3. 12. 07:56

(출처-조선닷컴 2016.03.12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사진결국 또 지고 말았다. 처음엔 변명이 가능했다. 

기계는 인간을 잘 알지만, 이세돌 9단은 처음 기계와 대결한 것이라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두 번째 대국은 달랐다. 이세돌 9단은 침착했고 잘 두었다. 그렇지만 역시 지고 말았다.

알파고를 만들어낸 딥마인드사는 이미 2015년 2월 아타리 비디오 게임 중 하나인 '벽돌 깨기'를 

기계 학습으로 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불과 1년 후 딥마인드는 프로기사 수준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선보였다. 

놀랄 만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첫 충격은 바로 안심으로 변했다. 

알파고가 무너뜨린 유럽 챔피언 판후이는 우리나라 프로기사와 비교하기에는 너무나도 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판후이에게 이긴 알파고 역시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았다. 

판후이보다 조금 더 뛰어나니, 아무리 빨리 진화한다 해도 이번 대국의 승리자는 당연히 이세돌이라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예측은 빗나갔다. 알파고는 단순히 판후이보다 조금 더 뛰어났던 것이 아니다. 

1국에서의 이세돌은 평상시 그의 수준에 못 미쳤지만, 2국에서의 이세돌은 우리가 아는 이세돌이었다. 

침착하고 창의적으로 잘 둔 판이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두 번 모두 승리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놀라운, 아니 조금 섬뜩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바로 알파고의 진정한 실력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알파고는 매번 상대방을 겨우 이길 만큼만 잘한다. 

약한 판후이보다 조금 더 잘했고, 약한 이세돌보다 조금 더 잘했으며, 드디어 강해진 이세돌보다도 역시 조금 더 잘했다. 

마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사인 볼트가 초등학생과의 달리기에선 초등학생보다 조금 더 빨리 달리고, 

프로 육상 선수와의 레이스에서는 상대방 선수보다 조금 더 빠르게 달리듯 할 것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우리에게 승리는 쾌감이고 패배는 굴욕이다. 

하지만 자아가 없는 알파고는 승리도, 패배도 느낄 수 없다. 

이기도록 프로그램되어 있기에 그냥 가장 효율적으로, 딱 이길 만큼만 잘하면 된다. 더 큰 차이의 승리는 낭비다. 

"통쾌하게 크게 이긴다"라는 짜릿함은 기계에겐 무의미하다. 

알파고의 실질적 개발을 담당한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박사조차도 이번 대결의 승부를 50 대 50으로 예측했었다. 

어쩌면 알파고의 진정한 실력은 '그의 아버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알파고의 놀라운 실력에 당황하는 이세돌 9단의 얼굴에서 나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봤다. 

머지않은 미래에 변호사들은 '변호사 알파고'를 경험할 것이고, '기자 알파고'는 수많은 기자를 당황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물론 나 역시 언젠간 '교수 알파고'와 경쟁해야 할 것이다.


이제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딥마인드의 다음 프로젝트는 헬스케어이고,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 금융, 제조, 

물류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은 시작됐다.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무엇이 변하는가를 묻지 말고, 인공지능 시대에도 변치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게 더 빠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 이 세상이 대부분 바뀔 테니까.




알파고는 인간 돕는 약AI…자아 갖는 강AI는 먼 얘기

[중앙일보] 입력 2016.03.12 01:01 

의식·감정은 알고리즘 밖의 영역 뇌과학, 
이제 ‘쥐의 뇌’ 재현 단계 
기술과 공론화 속도차가 공포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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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넘을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자 AI 발전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류는 100년 내에 AI에 의해 끝날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AI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이라며 AI의 부정적인 측면을 경고한 바 있다.

AI는 크게 ‘강(强)AI’와 ‘약(弱)AI’로 구분된다. 쉽게 말해 영화에 등장해 인류를 위협하는 수퍼컴퓨터·로봇 같은 게 강AI다. 자아를 가지고 자기를 지키려 하며 스스로 진화·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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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알파고나 IBM의 왓슨처럼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발된 게 약AI다. 하드웨어·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해준다. 이미 의료·교육·경영·서비스 등에서 활발히 활약 중이다. 그러나 약AI는 인간의 지시를 따를 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호킹·머스크가 경고한 것은 강AI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이런 강AI를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특이점은 기술 발전이 이어지면서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순간을 뜻한다. 이 특이점을 뛰어넘으면 AI 스스로 자신보다 더 똑똑한 AI를 만들어 지능이 무한히 높은 존재가 출현하게 된다. 바로 강AI다. 커즈와일은 당초 2045년이면 특이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지난해 이를 2030년으로 앞당겼다.

하지만 AI 전문가들은 이런 견해에 대해 “기우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세계AI학회의 ‘혁신 응용상’을 수상한 경희대 경영학부의 이경전 교수는 “AI의 발전 속도가 우리 사회의 공론화 속도를 앞서면서 낯선 기술에 대한 공포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인간이 시킨 일을 더 잘하게 되는 것이지 스스로 자의식을 갖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재 뇌과학 기술은 쥐의 뇌 구조를 일부 재현하는 정도다. 1000억 개가 넘는 인간 뇌신경에 대한 연구는 이제 겨우 시작한 단계다.

송대진 충북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학술지 ‘뉴로퀀톨로지’에 AI의 한계를 ‘의식의 계산 불가성’이라는 이론으로 증명했다. 인간의 생각·감정·의식은 컴퓨터의 계산이나 알고리즘으로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약AI도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은 분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사람의 일자리다.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는 AI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선진국·신흥시장 등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반해 새로 생겨나는 직업은 210만 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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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8년이면 300만 명 이상의 직원이 ‘로봇 상사’(Robo-boss)의 감독하에서 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의 적용 과정에서 법·제도의 미비로 사회·경제시스템이 갑자기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섹스로봇·살인기계처럼 인권·도덕·책임 등 여러 분야에서 가치 충돌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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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AI의 발전이 중장기적으로 고용이나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석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적어도 이제는 AI 개발에서 효율만 따질 것이 아니라 인간과의 윤리적인 공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AI 발전에 따른 윤리·법·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손해용·이창균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