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그때그일그사람

"돌려주나, 지키나"..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의 운명은

바람아님 2016. 3. 4. 23:24
연합뉴스 2016.03.03. 06:11

4년전 日서 절도단이 반입…반환금지 가처분 취소 신청 가능해져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내 문화재 절도단이 일본 쓰시마(對馬) 섬에서 훔쳐온 고려시대 관세음보살좌상에 대한 유체동산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의 시효가 만료되면서 이 불상의 운명이 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3일 "서산 부석사가 지난 3년간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2월 26일부터 피고인 대한민국 정부가 가처분 취소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면서 "불상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10월 쓰시마 섬 간논지(觀音寺)에서 절도단이 몰래 국내로 들여온 관세음보살좌상은 14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높이는 50.5㎝, 무게는 38.6㎏이다.

절도단이 쓰시마 섬에서 함께 훔친 동조여래입상은 지난해 7월 도난 당시 점유지인 가이진(海神) 신사로 돌아갔다.

우리 정부가 동조여래입상만 반환한 이유는 관세음보살좌상과 달리 불법 반출됐다는 증거가 없고, 국내에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관세음보살좌상은 서산 부석사가 2013년 2월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까닭에 국내에 남았다. 당시 대전지방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 불상이 일본으로 건너간 정확한 유출 경위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돌려주지 말라고 결정했다.

도난 문화재는 '유네스코 불법문화재 반환협약'에 따라 본래 소장처에 소유권이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협약이 체결된 1970년 이후 발생한 사건에만 적용되며 강제성도 없다.

부석사 측은 불상 복장(腹藏)에서 발견된 "서산 부석사 스님과 속인들이 관음보살상을 영원 불멸토록 봉안한다"는 명문(銘文)을 근거로 환수를 요구해 왔다.


또 14세기 후반 왜구가 서산 지역에 자주 출몰했다는 기록과 1526년 간논지를 창건한 사람이 왜구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토대로 관세음보살좌상이 왜구에 의해 약탈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상근 문화재환수국제연대 상임대표는 "문화재청이 2014년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관세음보살좌상이 약탈됐다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이고, 불상의 소유권이 일방적으로 이전됐다고 고백한 일본 학자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왜구가 훔쳐갔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불상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부석사와 시민단체는 아직까지 왜구가 불상을 훔쳐갔을 것이라는 추측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간논지 측도 불상의 유입 경로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상임대표는 "왜구의 노략질에 시달린 선조들이 기록을 남기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우리 정부가 관세음보살좌상의 행방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가처분 취소 신청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법률적 조언을 받아 차근차근 본안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