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3.15 따루 살미넨 작가 겸 방송인)
반말을 했다고 싸움이 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할 만큼 '예의'가 중요한 나라다.
한국어를 공부하면 예의가 언어에 녹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윗사람에게 말할 때 존대하는 법, 친구 사이에서 쓰는 말, 처음 만났을 때 하는 말 등 규칙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언어뿐만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예법 중 주도(酒道)를 가장 좋아한다.
한국의 예법 중 주도(酒道)를 가장 좋아한다.
술을 따를 때는 술병을 두 손으로 잡고, 술을 받을 때는 두 손으로 술잔을 꼭 잡는 게 기본이다.
어른과 건배할 때는 잔을 낮춰서 부딪치고 몸과 고개를 돌려서 술을 마신다.
주도를 잘 모르는 한국의 젊은 친구들에게는 내가 가르쳐주는 처지가 됐다.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열다섯 살 차이가 나는 막내에게 술을 따라주었더니 잔에 입도 대지 않고 내려놓았다.
나는 "어른 앞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안 마셔도 입에 살짝 댔다가 내려놓아라" 하고 한마디 했다.
어른에 대한 공경은 아주 좋은 문화지만 '예의 바름'은 쌍방을 위한 것이지 높은 사람만을 향하는 일방적인 것이 되어서는
어른에 대한 공경은 아주 좋은 문화지만 '예의 바름'은 쌍방을 위한 것이지 높은 사람만을 향하는 일방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윗사람, 소위 '갑(甲)'에게는 너무나도 깍듯하다가도 아랫사람, 소위 '을(乙)'은 깔보고 함부로 대하는 풍경이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은 '노쇼'(예약 부도)로 악명이 높다. 노쇼뿐만이 아니라 늦게 와서도 큰소리를 친다.
나도 주점을 운영하면서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었다. 오후 7시에 온다고 예약한 사람들이 8시가 지나서야 나타나서는
"왜 자리가 없느냐"고 당당하게 말한다. 주인 처지에서는 한숨밖에 안 나온다.
핀란드어에는 복잡한 높임말 체계가 없다.
존댓말이라 할 만한 형식은 별로 없지만 적절한 단어 선택과 공손한 자세로 상대방에게 존중의 뜻을 드러낸다.
존댓말을 쓴다고 꼭 예의 바른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 예의가 아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서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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