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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암 검진, '자주 많이'가 낳는 부작용

바람아님 2016. 3. 22. 07:33

(출처-조선닷컴 2016.03.22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사진증상이 없더라도 건강검진을 열심히 받으면 질병을 조기에 발견·치료할 수 있다. 

특히 생명과 직결된 암 검진이 그렇다. 

하지만 암 검진이 마냥 좋은 것만이 아닐 때가 잦다. 

50대 중반 사업가 A씨는 25년 흡연자였다가 3년 전부터 담배를 끊었다. 

금연을 한 지 대략 15년이 흘러야 건강 위험도가 비흡연자 수준으로 회복된다. 

그래도 폐암 발생 위험성은 여전히 다소 높다. 

하루에 담배 한 갑을 일년 피울 때 '1갑년'이라고 하는데, 흡연자의 폐암 위험성은 갑년이 

길수록 비례해서 높아진다.

A씨도 폐암이 걱정돼 건강검진에서 폐 CT를 찍었다. 

흉부 엑스레이로는 초기 폐암을 잡아내기 어렵다고 해서 CT 검사를 받았다. 

폐암 검진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방사선 강도가 낮은 저(低)선량 CT다. 

거기서 오른쪽 폐 중간부에 작은 크기 결절이 발견됐다. 모양과 형상이 폐암 초기인지 염증 덩어리인지 애매모호했다. 

과거에 폐결핵을 앓은 흔적이라고 볼 수 있을 법한 모양이었다. 의료진은 3개월 후에 다시 CT를 찍자고 했다. 

그 사이 결절이 커지면 폐암이니 그때 치료를 결정하자는 뜻이다. 

'3개월'은 결절이 설사 폐암이어서 점차 커지더라도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로 자라기 어려운 시기를 의미한다.

석 달 후 CT를 또 찍었다. 결절은 조금 커진 듯, 모양이 변한 듯했다. 폐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게 됐다. 

의학은 수학이 아니어서 판단이 모호한 경우가 잦다. 의료진은 대개 최악의 경우를 피하는 방향으로 간다. 

암 검진으로 애써 찾은 결절을 폐암이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 폐암으로 판명되면 어찌 감당하겠는가. 

환자도 폐암 불안증을 견디기 어렵다. 암 검진에서는 뭔가 결판을 내야 의사든 환자든 마음이 편하다.

결국 A씨는 전신마취로 흉강경을 이용하여 해당 부위를 잘라내는 진단 겸 처치 수술을 받았다. 

병리학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폐암이 아닌 오래된 염증이었다. 다행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 사이 환자는 폐암 불안증에 시달렸고, 수술 후유증으로 반년을 고생했다.

미국에서 30갑년 이상 담배 피운 55~75세 사람에게 저선량 CT 폐암 검진을 대규모로 시행했다. 

그 결과 폐암을 조기에 발견해 생명을 건지는 효과가 일부에서 있었다. 

한편으로는 암 검진에서 폐암처럼 보인다고 해서 여러 정밀 검사와 처치를 했는데, A씨처럼 결국 폐암이 아닌 것으로 

나온 경우가 쏟아졌다. 

폐암 의심 결절 20개 중 하나만이 진성 폐암이었다. 95%가 가짜 '양성'이었던 것이다. 

과거에 폐결핵을 알게 모르게 앓았던 환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그 사업을 했다면 아마도 가짜 폐암이 쏟아져 나왔지 싶다.


요즘 암 검진이 활발해지면서 이런 일이 폐암뿐 아니라 유방암, 전립선암, 갑상샘암 검진 등에서 유사하게 일어난다.

암을 완치가 가능한 상태에서 조기 발견하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한다. 

만약 그 행운 때문에 수많은 불운을 겪어야 한다면 전체적으로는 손해다. 

따라서 암 검진은 국가가 시행 방법을 철저히 검증하고, 대상자를 엄선해야 한다. 시쳇말로 안타율을 높여야 한다. 

암 검진, 무작정 '자주 많이 받으면 좋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가는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