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5.24 따루 살미넨·작가 겸 방송인)
나는 등산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산에 오를 때마다 왠지 남의 잔치에 '꼽사리 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다른 등산객 대부분은 히말라야를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은 복장으로 산에 오르기 때문이다.
고어텍스 의류는 기본이고 고급 등산화, 장갑, 스틱 등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사실 등산복을 입고 싶지만 한국에서는 등산복이 말도 안 되게 비싸다.
대신 나는 막걸리 한 병이면 준비가 끝난다.
주말에 아는 오빠와 한강공원으로 소풍을 가 돗자리 깔고 앉았다.
그 오빠는 자전거 타는 것이 취미다. 오빠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국인의 장비 사랑은 끝을 모르는 것 같다.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하면 사람들과 어울리고 배울 것도 많고 다 좋은데
다들 비싸고 좋은 자전거를 몰아 비교하게 된다고 한다.
헬멧도, 보호대도 얼마짜리 이상으로 맞춰야 할 것 같단다.
비슷한 수준의 장비를 갖추지 못하면 뭔가를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란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려고 동호회에 들어갔다가 그런 스트레스를 받아 나온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캠핑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거의 집을 짓는 수준이라 저렴한 텐트를 가지고 가면 옆 텐트들과 확 비교가 된다.
한국에서 캠핑을 가보면 집보다 더 좋은 식탁 위에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아이들한테는 프로젝션 빔으로 영화도 보여줄 수 있다. 겨울에는 단열도 된다. 거의 집을 짓는 수준이다.
나중에 아까워서 어떻게 철수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 좋은 장비를 사서 취미 생활을 즐기는 건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어린 나이부터 경쟁에 부대껴서 그런지 이 경쟁이 취미 생활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남을 많이 의식하고,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하고, 남과 다른 길을 인정 안 하는 게 결국 쉬는 시간까지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핀란드에서는 자전거를 타든 캠핑을 가든 즐거운 마음으로 편하게 한다.
한국 사람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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