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科學과 未來,環境

28억km 비행 끝에 목성 도착한 '주노'.. 79세 할머니 기술자가 방향 잡아줬다

바람아님 2016. 7. 6. 23:39
조선일보 2016.07.06. 03:09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무인(無人) 탐사선 '주노(JUNO)'가 5년간 28억㎞ 비행 끝에 마침내 목성에 도착했다. 주노는 미국 동부 시각으로 4일 오후 11시 53분(한국 시각 5일 낮 12시 53분) 목성 궤도에 진입했다.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전광판에는 '목성(木星)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Jupiter)'라는 메시지가 떴다. 연구원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부둥켜안았다. 초속 58㎞로 목성을 향해 날아가던 주노는 오후 11시 18분 역추진 로켓을 분사해 35분에 걸쳐 초속 542m까지 속도를 줄였다. 이후 목성의 중력에 자연스럽게 이끌려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계획보다 정확히 1초 빨랐다.

11억달러(약 1조2700억원)가 투입된 주노는 태양계 생성의 비밀에 도전한다. 목성은 강력한 자기장 때문에 생성 초기 가스들이 그대로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노는 목성 표면 5000㎞ 상공에서 20개월간 37회 공전(公轉)하면서 첨단 장비를 이용해 가스 구름의 성분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는 데 성공한 NASA 연구원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은 사람은 올해 79세 할머니 기술자인 수전 핀리이다. 핀리는 NASA가 공식 출범하기도 전인 1958년 제트추진연구소에 입사했다. 대학에서 건축학과 수학을 전공한 핀리의 업무는 인간 계산기였다. 당시만 해도 사람 여럿이 하는 계산이 컴퓨터의 연산 속도보다 빨랐다. 핀리는 출산 등으로 6년간 NASA를 떠났다가 1969년 복귀한 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됐다. 핀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 컴퓨터가 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핀리는 심우주(深宇宙) 네트워크의 시험을 담당하는 기술자로 일하며 NASA 역사상 가장 오래 근무한 여성의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화성이나 목성 등의 행성(行星)은 빛이나 전파가 오고가는 데 시간이 걸리고, 방향을 정확하게 잡지 않으면 신호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먼 거리에 있는 우주탐사선에 명령을 내리고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연락을 유지하는 것이 핀리의 주 업무였다. 지금까지 오퍼튜니티·스피리트·패스파인더 등 숱한 우주탐사선들이 핀리와 함께 임무를 마쳤다.


핀리는 현재도 간혹 야간작업을 하는 등 젊은 직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여든에 가까운 나이지만, 핀리는 은퇴 계획이 없다"면서 "그는 이미 2021년 NASA가 보내는 화성탐사선을 바라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1년이면 핀리는 84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