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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위기를 기회로 바꾼 중국 과학

바람아님 2016. 7. 7. 07:47

(출처-조선일보 2016.07.07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이영완 과학전문기자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달 중국 과학을 특집으로 다뤘다. 
그중 '베이징게놈연구소(BGI)'를 통해 유전자 연구의 발전상을 보여준 글이 눈길을 끌었다. 
변방의 볼품없는 연구소로 시작해 양(量)으로 세계를 정복하고, 이어 질(質)에서도 세계 최고를 
노리는 중국 과학의 현주소를 웅변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과학 발전사와 상당 부분 겹쳐 흥미로웠다.

BGI는 1999년 20대 유학파 과학자들을 주축으로 설립됐다. 당시 중국은 유전자 연구에서 2류 국가였다. 
하지만 BGI의 젊은 과학자들은 출범 첫해 다국적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해 게놈(유전체) 해독의 
1%를 맡았다. 선진국 과학자들은 미심쩍어하면서도 손 하나가 아쉬운 실정이라 중국을 받아들였다.

BGI는 게놈 해독 임무를 완수했다. 2002년에는 벼 게놈 해독에 성공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젊은 과학자들은 연구실에서 먹고 자며 교대 근무로 24시간 연구에 매달렸다. 
벽에는 큼지막한 붉은 글씨로 '과학 발견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유전자 연구 없이는 세계에서 독립국이 될 수 없다'는
격문을 써 붙였다. 
2012년 BGI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게놈 분석 회사로 부상했다. 
당시 BGI가 보유한 최신식 게놈 분석 장비는 전 세계 장비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세계 최고의 유전자 분석 기술을 보유한 미국 회사를 사들여 독자적인 분석 장비 개발에도 들어갔다.

그런 BGI도 난관에 봉착했다. 유전자 분석 장비가 발전하면서 BGI에 도전하는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설상가상으로 BGI의 자체 유전자 분석 장비 개발도 지지부진했다. 
그러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100만명 유전자 해독 사업에 참여해 활로를 찾고 있다. 
그만한 유전자 해독 데이터가 쌓이면 진정한 맞춤형 질병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 
미국과 영국도 각각 100만명, 10만명 유전자 해독 사업을 시작했지만, 속도나 상용화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중국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중국에 앞서 2000년대 중반부터 대규모 유전자 분석 사업을 제안했다. 
한 과학자는 "그때 중국인 유전자 해독을 우리가 했으면 중국의 미래 의료 시장을 사전 장악하는 일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황우석 사태로 진저리 친 정부는 대규모 생명과학 프로젝트를 외면했다.

우리 젊은 과학자들의 열정도 예나 지금이나 중국 과학자들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해외에서 젊은 과학자들을 유치해 과학 발전의 토대를 닦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초대 소장이었던 고(故) 최형섭 박사는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를 만들자"면서 과학자들을 
독려했다. 한국 과학은 경제  발전을 이끌면서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는 이제 단연 세계 1위이다. 
한국과 중국 모두 젊은 과학자들의 헌신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눈부신 양적 발전을 이뤘다. 
다만 황우석 사태 뒤처리에서 볼 수 있듯, 위기 이후 대응이 달랐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온다. 그걸 기회로 바꾸느냐 여부가 차이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