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6.07.06. 21:36
개방과 관용, 고금동서 성공한 제국들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 언어와 종교를 포용했다. 진(秦)나라가 통일국가를 이루면서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막을 내린다. 변방 감숙성에서 일어난 진은 야만스러운 나라라고 업신여김을 받았다. 그럼에도 뛰어난 군주를 계속 배출해 중원의 첫 통일 대업을 이뤘다. 진목공(秦穆公), 진효공(秦孝公), 소양왕(昭襄王), 시황제(始皇帝) 등의 군주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럼 이 군주들이 과연 어떤 정책을 시행했기에 진의 통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외교술과 군사력도 바탕이 됐지만, 적극적인 외부인재 등용 정책이 큰 힘이 됐다. 출신과 배경을 가리지 않고 능력 위주로 인재를 뽑으면서 나라가 강성해졌다.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시황제가 군주 시절 한(韓)나라에서 온 정국(鄭國)이라는 유세객의 말을 듣고 운하사업을 했다가 국비를 크게 낭비했는데 그가 스파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국내 귀족들이 다른 나라에서 온 인사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객론(逐客論)이다. 그때 시황제가 총애하던 이사가 축객에 반대하는 이런 상소문을 올렸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를 사양하지 않아 그 큼을 이룰 수 있고, 큰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를 가리지 않아서 그 깊음을 이룰 수 있듯 왕은 백성들을 물리치지 않아 그 덕을 밝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땅은 끝이 없고 백성에겐 다른 나라가 없습니다.(泰山不辭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王者 不?衆庶 故能明其德 是以 地無四方 民無異國)”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Brexit)가 상징하듯 세계에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문을 걸어 잠그는 사회는 퇴보가 기다릴 뿐이다. 개방과 관용의 가치를 되살려야 하겠다. ‘논어’에 실린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의 웅변이 귀에 쟁쟁하다. “온 세상 인류는 모두 형제다. 군자가 어찌 형제 없음을 걱정하리오.(四海之內 皆兄弟也. 君子何患乎無兄弟也)”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民無異國: ‘개방된 사회에선 나라 구분이 없다’는 뜻.
民 백성 민, 無 없을 무, 異 다를 이, 國 나라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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