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가 음악을 매개로 가까워지고 있는 장면은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음악계의 차르’로 불리는 게르기예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다. 신동방정책을 기치로 내걸고 극동개발에 러시아의 명운을 걸고 있는 푸틴은 게르기예프를 앞세워 블라디보스토크에 공연장을 만들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미 존재하는 마린스키 극장의 이름을 사용하게 했다. 극동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한국인 연주자와 무용수가 유난히 많이 참가한 것은 게르기예프가 평창 대관령 음악제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페스티벌의 숨은 코드는 한국에 대한 푸틴의 강력한 러브콜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과 단절된 러시아의 활로를 극동에서 찾으려는 푸틴의 의욕은 곳곳에서 꿈틀거린다. 푸틴은 신동방정책을 기치로 극동개발부를 만들고 10개 선도개발구역(TOR)을 지정하고 블라디보스토크 일대 15개 항구를 자유항으로 선정했다. 선도개발구역 사업자는 첫 5년간 연방 소득세·재산세·토지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토지와 인프라는 무상이다. “완전 개방”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조치다. 러시아가 유럽의 부재(不在)를 극복하기 위해 진짜로 손을 잡고 싶은 나라는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