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12 박정훈 논설위원)
안보보다 중국 보복 둘러싸고 우리끼리 치고받는 사드 공방
城밖에 敵 두고 城안서 분열하던 병자호란의 굴욕 다시 보는 듯
치사하게 나오면 불리한 건 중국… 굳건히 버텨 국가 의지 관철해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협박을 보며 김훈의 '남한산성'을 다시 꺼냈다.
병자호란 47일을 다룬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참담하다.
380년 전 우리는 힘도 없이 중국에 맞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중국은 무력과 공포로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을 마지막까지 짓밟았다.
그때의 굴욕이 기억세포 깊숙이 새겨져 민족적 트라우마가 됐다.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 눈치 보기가 무성하다.
눈치가 지나쳐 과민 반응까지 나오는 것은 기억 속 중국 트라우마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중국 매체가 한마디 던지면 당장에라도 청나라 군대가 쳐들어올 듯 술렁거린다.
복수 비자가 축소되고 배우 몇 명 스케줄이 취소됐을 뿐인데 보복이 시작됐다고 웅성대고 있다.
중국은 구두탄(口頭彈)만 쏘아댈 뿐 아직 보복은 시작도 안 했다. 그런데 우리가 벌써부터 겁먹고 늑대다,
호랑이다 전전긍긍하는 꼴이다. 중국 공산당 선전 매체는 그런 우리에게 "마음속에 꿀리는 게 있으니 과민 반응한다"고
비아냥거렸다. 조롱당해도 할 말이 없다.
사드는 대한민국의 안보 이슈다. 북한 미사일을 막아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중국 보복론'이 논란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말았다.
안보 논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중국이 언제 보복해올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중국의 엄포는 사드 반대파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사드 반대 진영에선 '제2의 병자호란' 운운하는 말까지 나온다.
왜 그토록 패배주의를 떨쳐버리지 못할까. 이제 우리는 병자호란 때처럼 약하지도, 만만하지도 않다.
우리 혼자 외롭게 중국의 위협 앞에 서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이 벌여놓은 전선(戰線)은 난사군도도 있고 센카쿠도 있다.
많은 사람이 '제2의 마늘 파동'을 걱정한다. 16년 전 우리는 중국산 마늘 때문에 호되게 굴욕 당했다.
이 사건은 한국 경제에 쓰라린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우리는 중국 시장의 거대함에 압도돼 겁부터 먹고 있다.
중국에도 한국은 수입 1위국이다. 전체 수입의 10%를 한국에서 들여간다.
중국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견디지 못할 만큼 치명적인 보복은 아니다.
이 정도도 버텨내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도 아니다.
블로그내 관련 글 [김대중 칼럼]'병자호란(丙子胡亂)'을 읽는데 시진핑이 왔다 < 역사평설 병자호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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