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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한국의 정원에서 삶의 교훈을 얻다

바람아님 2016. 8. 12. 00:17
[중앙일보] 입력 2016.08.1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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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최근 부모님을 모시고 한국과 중국 곳곳을 여행했다. 그중 가장 큰 울림을 준 곳이 한국식 정원이었다. 그곳에서 인생에 관한 작은 교훈을 얻었다. 창덕궁 후원(비원)을 거닐면서 나무와 돌 사이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아담하면서도 절제된 느낌의 건축물들에 감동했다.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양식의 정원이었다. 유럽 정원은 대부분 뜰 안쪽이나 건물 뒤편에 별도로 자리 잡는다. 중국에서 본 안마당 정원(courtyard gardens)에는 대개 독특한 암석과 물건이 전시돼 있었다. 그러나 창덕궁은 숲처럼 드넓은 정원이 언덕과 바위를 따라 자연스럽게 펼쳐지면서 그 속에서 아담한 궁궐이 마치 자연과 하나인 듯 녹아 있었다.

안내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에서 정원이란 사람들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통로입니다. 건물이나 건축물은 정원과 자연스럽게 동화되죠. 이런 면에서 일본이나 중국 정원과도 다릅니다. 일본은 인위적인 작업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려 하죠. 중국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과장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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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인은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 마당을 둘러볼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분은 박물관 가장자리의 낮은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마당이 건물 끝자락인 여기서 끝난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길 건너편의 나무들이 보이나요? 저쪽에는 산도 있죠? 사실 우리는 여기서 보이는 나무와 산을 모두 마당의 일부로 여긴답니다.”

이 경험은 내게 ‘인생에서 누구도 혼자 살 수 없다’라는 교훈을 줬다. 사람들은 세상과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나 자신을 가장 올바른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느냐다.

안내인은 이런 말도 했다. “마당은 계절마다 바뀝니다.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죠. 가을에 오면 산에 단풍도 볼 수 있고 가을 새들의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겨울엔 하얀 풍경화처럼 보일 것이고요. 한국에선 이를 보고 ‘친구집을 계절마다 가보지 못했다면 그 집을 진짜로 방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말합니다.”

이 부분도 역시 나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다. 우리 삶에도 계절이 있으며 내가 지금 어느 계절에 속했는지를 파악하고 이에 맞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주변의 인간관계도 똑같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들이 겪은 삶의 계절을 모두 지켜보지 않고서야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크 테토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