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쌀까. 얼마 전 찾아간 정육식당. “가게도 허름하니 쌀 게다.” 착각이었다. 고기 몇 점 먹었더니 20만원에 가깝다. 웬만한 고깃집 뺨치는 가격이다. 이제 발길이 내키질 않는다. 모든 정육식당이 그런 것은 아니다. 싼 곳도 있다. 그런 곳에는 장사진을 친다. SNS로 무장한 소비자들. 싸고 맛있는 곳이라면 소문은 광속으로 퍼진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입소문’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빨간 딱지가 정육식당에 또 붙었다. 서울시가 정육식당 30곳을 조사했더니 15곳이 한우 등급과 원산지를 속여 팔았다고 한다. 가격에 속고, 품질에 속고, 원산지에 속고. 나머지 절반은 속이지 않았다니 그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사회를 보는 거울은 많다. 정육식당도 그 거울 중 하나다. 정육식당이 정직하지 않다면 다른 식당은 괜찮을까. 다른 종류의 가게는 또 어떨까. “창에 바람구멍만 있어도 황소바람이 들이친다”고 했던가. 황소바람은 어디까지 부는 걸까. 정직한 상인은 싸잡아 욕을 먹으니 그런 억울한 일도 없다.
공자가 도의를 설파한 지 2500년, 아직도 도의를 말한다. 왜? 잇속만 좇는 세태는 아직도 뿌리 뽑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촉한 유비가 유선에게 한 말, “악은 아무리 작더라도 행하지 말며 선은 아무리 작더라도 반드시 행하라.” 그 정신으로 무장했기에 유자(儒者)는 촉한을 정통으로 삼는다. 촉한의 백성도 그랬을까. 그럴 턱이 있겠는가. 지도자 유비가 그런 생각을 했기에 바람 불면 스러질 촉한은 오지에서도 버틴 것 아닌가.
검찰 간부가 돈을 먹고, 부장판사가 돈을 먹는다. 한심한 노릇이다. 정육식당 주인은 무슨 말을 할까. “판검사가 수억, 수십억원을 해먹는 판에 그까짓 한우 등급 한 번 속였기로서니 무슨 큰 잘못이냐.” 꼴이 말이 아니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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