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12 이한빈·시나리오 작가)
어디를 가도 올림픽 이야기로 떠들썩한 요즘이다.
쏟아져 나오는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던 중, 문득 나는 예전에 보았던 한 광고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 광고의 내용은 간단했다.
귀여운 꼬마들이 수영을 하면서 "내 꿈은 세계 신기록!"을 외치고,
태권도를 하면서 "내 꿈은 금메달!"이라고 소리 지르는 모습들을 담고 있었다.
흘려보면 누구나 쉽게 미소지을 수 있는 콘셉트였다.
물론 그 광고는 많은 사람의 고민과 회의 끝에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물론 그 광고는 많은 사람의 고민과 회의 끝에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내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저 작은 꼬마들의 꿈이 정말 세계 신기록과 금메달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 아이들은 그저 친구들이랑 헤엄을 치고, 운동을 하면서 뛰어노는 게 즐거운 거 아닌가?
그렇다면 세계 신기록과 금메달이라는 꿈은 대체 누구의 것인가. 누구긴 누구겠는가.
1등과 결과밖에 모르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꿈인 거다.
가만히 보면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결과가 곧 선이다'는 공식을 알게 모르게 주입시키곤 한다.
그런 결과가 결단코 쉽게 나올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말이다.
작은 꼬마의 꿈이 세계 신기록이고, 금메달이라면 냉정히 말해 그걸 이룰 확률보다 못 이룰 확률이 훨씬 크다.
그 말은 결과가 목적이 되는 순간, 성취보다 실패가 훨씬 많은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세계 신기록과 금메달을 꿈으로 심어주겠다니….
조금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건 큰 가치가 있다.
하지만 자라는 아이들에겐 헤엄을 치고,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의 과정을 알려주는 게 우선 아닐까.
최고의 결과보다 과정의 즐거움을 깨달은 사람이라면,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도 그리고 그곳에서 내려가야 할 때에도
미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최고가 되지 못해도 상관없다.
이미 행복한 사람이 되었기에 인생의 금메달을 딴 거나 다름없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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