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군 복무는 낭비 아닌 하프타임"

바람아님 2016. 9. 1. 09:12

(출처-조선일보 2016.09.01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美 대학교수 출신 박주원 일병 "미래의 자산"이라며 자진 입대 

"명예, 권력, 돈, 시간, 기회 등 얻고 싶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내려놓았습니다."
육군 2사단 17연대 소속 박주원(31·사진) 일병은 지난 봄 병무청에 보낸 수기에서 "나 자신을 훈련병과 이등병 신분으로 
낮췄다"며 이렇게 썼다. 나이 서른한 살에 이등병 계급장을 뗀 박 일병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미국 뉴욕주 
스키드모어 칼리지 철학 교수다. 영주권을 갖고 있어 입대할 필요가 없었지만 삶의 의미를 찾아 한국군 복무를 자원했다.

박 일병은 여덟 살에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케냐로 건너가 11년 동안 살았다.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그는 운동화 바닥이 닳으면 
타이어 조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덧댈 줄 아는 케냐 소년이 됐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열심히 공부한 박 일병은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전액 장학생으로 학사·석사를 마치고 28세에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쟁을 뚫고 스키드모어 칼리지에서 정년을 보장받는 교수가 됐다.
그는 미국에서 탄탄한 자리를 잡고 꿈을 펼칠 수 있게 됐지만 한국군 입대를 
선택했다. "대학교수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이해해야 하는 직업이다. 
군 생활에서 습득한 경험들은 전역 후 대학 교수로 돌아갔을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수기에서 밝혔다. 부대에서 동료들과 거친 운동을 하다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군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경험도 정신의 자양분이 됐다고 
한다.
군 복무를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박 일병은 
"군 복무 시간을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축구나 농구 게임에 있는 
'하프타임' 또는 '작전타임'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한다. 
"군 입대 전까지 전반전을 열심히 살아왔다면 남은 인생의 후반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작전을 세우자"는 것이다.
병무청은 31일 박 일병과 같이 병역 의무가 없음에도 자진해서 현역 복무 중인 
청년들의 사연을 담은 수기집 '대한 사람 대한으로 2016'을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