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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리 “프랑스 정신은 히잡 아닌 젖가슴” 발언했다가...

바람아님 2016. 8. 31. 23:36
조선일보 : 2016.08.31 14:09

“드러낸 젖가슴이 바로 프랑스 공화국의 정신이다.”

최근 ‘부르키니’(무슬림 여성의 전신 수영복)를 둘러싼 일부 지역 경찰의 체포와 찬반 여론이 격하게 맞서는 프랑스에서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또다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8월30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의 마뉘엘 발스 총리는 프랑스 교육부 장관과 부르키니 금지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이던 중 회화(繪畵) ‘민중을 이끄는 자유’를 가리켰다. 그는 “(그림에서) 자유의 여신 마리안느가 젖가슴을 내놓은 이유는 민중에게 자양분을 주기 위해서다. 마리안느가 몸을 가리지 않은 이유는 자유롭기 때문이고, 그게 바로 공화국 정신”이라고 했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를 감상 중인 사람들./Alamy

외젠 들라크루아의 1830년 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는 부르봉 왕가의 샤를 10세를 축출한 7월 혁명을 기념하는 그림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술품이다. 그림 속 젖가슴을 드러낸 채 삼색기를 들고 민중을 이끄는 마리안느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이다.

즉 프랑스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마리안느의 ‘드러난 젖가슴’과 달리, 무슬림 여성의 머리와 가슴을 가리는 히자브와 부르키니는 프랑스의 ‘자유’ 가치에 반(反)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역사학계 일각에선 “총리의 발언이 역사적 몰이해에 기초한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혁명사를 연구한 역사학자 마틸드 라레르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마리안느가 젖가슴을 드러낸 건 고전시대 작품을 차용한 것일 뿐”이라며 “(총리가) 멍청하다”고 했다.

또 다른 역사학자는 “다른 미술작품에선 마리안느가 프리지아 모자(Phrygian cap·프랑스 혁명에서 자유를 상징했던 원뿔꼴 모자)를 쓰고 있다”며 “무슬림 여성의 머리 가리개를 마리안느의 헐벗은 몸과 대조한 총리의 비유는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프리지아 모자를 착용한 프랑스 혁명가들./위키피디아  

여성계도 “마리안느의 젖가슴에 대한 총리의 찬사가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남성적인 시각을 반영한다”며 총리의 발언을 규탄했다.

한편 유엔 인권사무소는 프랑스 최고 행정재판소가 내린 ‘부르키니 금지 중단’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철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