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6.28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모든 미국 문학의 원천'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저자 마크 트웨인은 1879년에 대통령 출마 선언을 했다.
'미국 정가(政街)를 비웃기 위해서'라고 출마 이유를 밝힌 그는
"상원의원이란 교도소에 있지 않을 때는 워싱턴에서 법률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했고
"백악관에 들어갈 때는 아무리 건전한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나올 때는
영혼이 냄비 밑바닥처럼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정치는 이런 야유를 들을 만큼 부패했고 수준 낮았다. 19세기 미국은 노예 해방이라는
당시 미국 정치는 이런 야유를 들을 만큼 부패했고 수준 낮았다. 19세기 미국은 노예 해방이라는
변혁 외에도 서부 개척과 전국적 철도망 건설, 철강·유전 개발 등 대역사(役事)를 통해 세계 최대
부강국이 됐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밖에서까지 기억되는 19세기 미국 대통령은 몇이나 될까?
노예를 해방한 링컨이야 삼척동자도 안다.
노예를 해방한 링컨이야 삼척동자도 안다.
미국이 독립을 쟁취하고 정부를 수립한 해가 1789년이어서 제퍼슨(3대), 매디슨(4대), 먼로(5대) 등 건국의 아버지들이
19세기 초까지 대통령을 했다.
그 외에 20달러 지폐의 얼굴로 우리에게 익숙한(그러나 인디언 추방 정책 때문에 지탄 대상이 되어 밀려나게 된)
'미국의 나폴레옹' 앤드루 잭슨과 50달러의 얼굴인 북군 사령관 출신 그랜트 등이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19세기 미국 대통령 16명은 거의 '무명'이다.
이런 '2류' 대통령이 집권해도 미국은 고립주의를 내세워 어느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고 간섭하지도 않으며 부쩍부쩍
성장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미국이 연방국가여서 국가 분열 위기가 아니면
그것은 아마도 미국이 연방국가여서 국가 분열 위기가 아니면
대통령의 역할이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경 유착 때문에 묵인됐던 거대 기업들의 제휴와 연합은 무수한 폐단을 낳았고, '폭로'(muckraking) 저널리즘과
폭로 문학을 양산했다.
갑자기 19세기 미국의 존재감 없는 대통령들을 떠올려 보는 것은 혹시라도 트럼프가 백악 관에 입성할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갑자기 19세기 미국의 존재감 없는 대통령들을 떠올려 보는 것은 혹시라도 트럼프가 백악 관에 입성할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21세기에는 국제 정세에 대한 감각이 없는 고립주의자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전 세계가 몸살을 앓아야 하고 전화(戰火)에
휩싸일 수도 있다. 북핵 문제를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논의하겠다는, 부동산 재벌의 교양밖에 못 갖춘
미국 대통령이 유럽 원수들의 은근한 야유를 알아듣지도 못한다면 미국만의 수치와 비극은 아닐 것이다.
(주석 달린) 허클베리 핀 :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깊이 읽기) 마크 트웨인 원작/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박중서 옮김 현대문학/ 2010/ 941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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