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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4] 여자 목숨, 파리 목숨

바람아님 2016. 9. 2. 09:28

(출처-조선일보 2016.07.12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5년 전 10대 남학생 22명이 골목에서 맥주를 마시던 여중생 2명을 협박해 산으로 끌고 가서 

성폭행하고 이후에도 다시 성폭행을 했다는 뉴스의 뒷얘기가 기막히다. 

사건 발생 후 5년간 피해 여학생 중 한 명은 학교를 그만두었고, 두 여학생 모두 가해자들과 

마주칠까 봐 집 밖을 못 나가며 심리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반면 가해 남학생들은 당당히 

대학에 진학하고 여자 친구를 사귀고 취직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불공평해도 되는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저서 '가족과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수렵 채집의 시대를 지나 

교환 가치가 있는 일을 남자가 독점하면서, 남자가 재산을 자기 친자에게 물려주고 싶어서 여성에게 정조(貞操)를 

요구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친자감별법이 없던 시대라서 정조를 잃은 여성에게 '죽음보다 더한' 징벌을 가함으로써 여성이 다른 남자의 

유전자를 받지 못하게 했다. 과정을 불문하고 오로지 순결 상실이란 결과만으로 '더럽혀진' 여인으로 낙인찍어 

사회에서 영구 추방함으로써 결국 정조를 팔지 않고서는 살 수 없게 만들었다.


여성을 정조의 노예로 만들기 위해 '정조 이데올로기'까지 생성했다. 정조는 여성의 품위와 가치의 기본이 되었다. 

날벼락 같은 불운을 당해 정조를 잃었더라도 '금 간' 여인은 '금 간' 여인이었다. 

그렇게 되니 여성의 정조를 '사냥'하는 약탈족이 생겼다. 

18세기 영국 소설 '클러리사 할로'의 남자 주인공 러브리스는 여러 여성을 사탕발림으로 꾀어 정조를 유린한 뒤 

콧대 높게 튕기던 여자가 절대 약자가 되어 자기에게 결혼을 구걸하는 것을 보는 맛으로 산다. 

이곳저곳에 '사냥당한' 먹이를 두고 시혜를 베풀 듯 가끔 방문해서 군림한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환향녀'의 비극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광복 후 반세기를 죄인처럼 숨어 누가 자기를 알아볼까 봐 숨죽이고 

살았던 사실이 모두 말해준다. 

"짓궂은 소년들이 파리를 죽이듯 신들이 우리의 목숨을 갖고 논다"셰익스피어 희곡 '리어왕'의 명대사는 

남녀 사이에도 적용된다. 여성이 남자의 장난에 인간적 존엄에 치명상을 입지 않는 날이 언제쯤 올까? 

집단 성폭행범은 단독 성폭행범의 형량에다 가해자 수를 곱한 형량을 받아야 한다. 

여성이 안전한, 그래서 모든 이의 인권이 보호받는 사회가 되려면.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프리드리히 엥겔스

김대웅 옮김/ 두레/ 2012/ 451 p

332.2-ㅇ336가/ [정독]인사자실(2동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