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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1] 부르키니의 여인들

바람아님 2016. 8. 30. 18:32

(출처-조선일보 2016.08.30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사진가끔 산책로를 걷다가 모자를 쓰고 커다란 마스크를 한 여성을 보면 얼핏 복면강도가 연상된다. 

한국에서 마스크를 쓴 여성이 오싹한 느낌을 준다면 유럽에서는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이 테러리스트를 

연상케 할 것이다. 사실은 부르카를 둘러쓴 남성일 수도 있고, 그 풍성한 옷자락 속에 다량의 폭발물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지난 7월 14일 프랑스혁명기념일에 이슬람극단주의자에게 끔찍한 테러를 당한 남불(南佛)의 해변에서 

부르키니(손목·발목까지 덮고 후드를 두르는 여성 수영복)의 착용을 금지했다. 그런데 프랑스의 

최고법원이 이 금지령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단속을 중단하도록 명령했다고 한다.

남불의 여러 도시는 여기에 반발해서 금지 강행을 선언했다고 했고,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내년 대선에서 집권한다면 "프랑스 전역에서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고 한다. 여러 정치인이 또한 

찬·반 입장을 표명해서 부르키니 착용 문제는 내년 대선의 최고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슬림 여성들이라고 그토록 거추장스럽고 수영에 방해되는 옷을 좋아서 착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부는 프랑스의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반항 정신에서, 일부는 동족의 눈길을 의식해서 입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배움에 목마르고 인격체로 대우받고 자기 성취를 소망할 것은 분명하다.

오늘날 이슬람 여성들에게 씌운 굴레는 전 세계 여성들이 유사한 형태로 겪어 온 것이다. 

유교 체제하에서 양반 계급의 여성은 길에 나갈 때 장옷으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인수대비는 '내훈'에서 지혜로써 남편을 깨우치고 인도하는 아내를 이상적 아내로 꼽았지만 또한 아내는 남편이 발로 

차더라도 반항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존귀했던 서양의 '숙녀'도 '숙녀'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갖은 제약은 물론 수모도 견뎌야 했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반(半)실화소설 '희랍인 조르바'에서 탐스러운 머릿결의 과부 소멜리나는 

외지인과 하룻밤을 지냈다는 이유로 교회 앞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목이 잘린다.


이슬람 여성을 무학(無學)과 여성 할례, 명예살인, 부르카 착용, 일부다처제의 굴레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금지보다 

그들의 증오와 반감을 누그러뜨릴 우정과 인내, 선의의 설득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열린책들/ 2016/ 480 p


도서관 정보 :

808.3-ㅇ339-21=2

[정독]어문학족보실(새로들어온책)



■ 줄거리


젊은 지식인인 '나'가 화자로 등장, 60대의 그리스인 '알렉시스 조르바'를 아테네의 피레우스 항구에서 처음 만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법밖에 모르던 '나'는 유산으로 상속받은 갈탄광을 개발해 사업가로서 새로운 생활을 도모하고자 

에게해 남쪽 크레타섬으로 향한다. 

탄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조르바가 '나'와 동행하기를 자처하자, 그를 광산채굴 현장의 감독으로 고용해 크레타섬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낯선 마을의 이방인처럼 겉도는 '나'와 달리, 호방한 성격의 조르바는 카바레 가수 출신인 여관 주인 

오르탕스 부인과도 스스럼없이 지낸다. 

산투르 악기를 가지고 다니며 즉흥연주로 춤과 노래를 즐기는 조르바는, 물레를 돌리는 데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손가락 

하나를 잘랐을 만큼 초인적이고 기인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각지를 유랑하면서 과거 터키와의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기도 했고, 한 번의 결혼 후에도 결혼이라는 제도에 속박되지 않은 채 많은 여자들을 만나왔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조르바와 이성적이고 이론적인 '나'는 사사건건 의견 충돌을 빚는다. 

하지만 과거나 미래보단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는 조르바의 모습은, 책 속의 진리에만 갇혀있던 

'나'에게 생생한 삶의 체험이라는 자극을 주게 된다.


한편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처럼 보이는 크레타섬에는 타락한 수도승들이 생활하는 수도원이 있고, 젊고 아름다운 과부 

소멜리나와 그녀에게 은밀한 욕망을 품고 있는 마을 남자들이 살고 있다. 노골적으로 과부를 희롱하는 마을 남자들과 달리, 

신사적이고 친절한 '나'에게 소멜리나는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둘은 함께 밤을 보낸다. 

그리고 술과 여자에 빠져 '나'의 사업자금을 탕진하고 돌아다니던 조르바는 오르탕스 부인과 덜컥 결혼을 하게 된다. 

그 무렵 과부 소멜리나를 짝사랑하던 마을 청년 파블리가 그녀에게 구애했다가 거절당하고, 상심하여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부활절에 교회 앞마당에서 마을 남자들은 과부에게 돌을 던지고, 조르바가 그들을 제지하려 고군분투하지만 

마을 장로이자 파블리의 아버지인 마브란도니는 소멜리나를 칼로 찔러 죽인다. 

이후 오르탕스 부인 또한 병에 걸려 초라한 죽음을 맞이한다. 

집단적 광기와 침묵이 공존하는 마을에서의 광산사업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빈털터리가 되지만, 조르바는 낙담하는 

대신 양고기를 굽고 포도주를 마시며 시르타키 춤을 춘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무소유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몸소 실천하는 조르바로 인해, '나' 역시 양고기를 뜯고 춤추는 여유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이후 그들은 크레타섬을 떠나 각자의 길을 찾아가고, 훗날 조르바가 죽은 뒤 '나'에게 그가 분신처럼 여겼던 산투르 악기를 

남긴다는 내용의 편지가 도착한다. 현실이라는 굴레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자유인 조르바를 통해 '나'는 진정한 자유의지의 의미를 깨닫고 감화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리스인 조르바 [Vios kai politia tou Alexi Zormpa]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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