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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당신들,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어요?

바람아님 2016. 8. 28. 21:13

(출처-조선일보 2016.08.27 어수웅·Books 팀장)


어수웅·Books 팀장 사진이번 주 출간된 프랑스 작가 소피 마제의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뿌리와이파리 刊)에는 
이런 홍보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그랑제콜을 노리는 학생들을 위한 '지적 자기방어' 수업 교재. 
그랑제콜은 프랑스의 엘리트 교육기관입니다. 
평준화된 일반 대학과는 별도로 최고의 학생을 뽑아 엘리트를 양성하죠.

음모론에 대처하는 자세를 소개하는 이 책의 한 소제목이 눈을 붙잡았습니다. 
'말도 안 되지만 흠잡을 데 없는 음모적 주장의 역설'. 
흔히 음모적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아 금세 티 나기 마련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사실은 반대라는 거죠. 
'논리적 무결'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음모론에는 늘 단골 문구가 뒤따르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와 '우연은 없다'.

한국 작가 장강명의 소설 '댓글부대'에서도 음모론을 펼칠 때의 기본적 전략을 소개합니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사실관계나 고유명사는 모두 진실을 사용하고, 확인이 불가능한 이야기는 플롯을 구성해 
만들어 넣는다는 거죠. 
또 권위에 의한 논증을 선호한다는 것도 음모론의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9·11 음모론을 다뤄 유명해진 이탈리아 다큐멘터리, '제로'가 있습니다. 
이 다큐에는 건축가·엔지니어·파일럿·노벨상 수상자들이 등장합니다. 
주장의 핵심은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의 붕괴가 비행기 충돌 때문이 아닌 것 같다는 것. 
하지만 여기 등장하는 건축가와 엔지니어가 구조 설계 전문가가 아니라는 게 함정입니다. 
노벨상 수상자는 문학상 수상자인 다리오 포였고요.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그 의혹에 대답을 할 수 있는 전문가는 아니었다는 거죠.

우리는 원인이 파악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느끼도록 태어난 존재입니다. 
게다가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정보는 우리의 불안감을 증폭시키죠. 
음모론으로 시나리오를 만들면 일단 방향을 찾고 싶어하는 욕망은 충족됩니다. 
하지만 비판 정신을 발휘하는 것과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의심부터 하는 것과는 다르죠. 
'너희 정말…'을 번역한 배유선씨 말대로 남들 앞에서 자랑하기 좋은 '폼 나는' 지식도 좋지만, 
내 삶을 지켜줄 비판적 사고의 근육부터 기르시기를.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

(지적 자기방어를 위한 매뉴얼)

원제 - Manuel d’autodefense intellectuelle (2015년)

소피 마제 (지은이), 배유선 (옮긴이) | 뿌리와이파리

정가 15,000원




이런 책도 있군요.



"의혹을 팝니다" - 담배 산업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


역자 유강은미지북스 / 2012.01.15
원제 - Merchants of Doubt
도서  2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