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나라는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과학적이라던 한글도, 세계적 인기를 끈 한류도 다 과거의 산물입니다. 저출산의 늪이 그만큼 무섭다는 얘기겠죠. 기록을 보니 2016년께 이 나라에서 유행했던 말 중 ‘헬조선’이란 게 있네요. 어차피 사라질 자기네 나라를 그렇게까지 미워했다니, 씁쓸하군요.
상상은 여기까지. 불온할 수는 있겠으나 근거가 없진 않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는 2006년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10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악화일로. 한국 출산율은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24명. 지난 10년간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전년 대비 0.03명 증가에 그친 수준이다. 2014년, 초저출산 추세가 이어질 경우 2750년이면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봤을 땐 냉소만 나왔지만 지금은 다르다. 출산 파업의 강도가 수그러들 기색은커녕 더 심화되고 있음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스스로와 주변을 볼 때 그렇다.
그나마 저출산 논의의 열기가 사회 각계로 퍼지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지난달 3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저출산 문제가 가계부채보다 훨씬 더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한 건 신선했다. 여전히 실망스러운 구태를 보이는 국회이지만 그래도 지난달 31일엔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가 연 공청회에선 의미 있는 제안이 쏟아졌다. “어린이집이 5시에 문을 닫으면 직장도 그때 함께 끝나야 한다”거나 “육아휴직을 쓴 남성이 남의 웃음거리가 되거나 평가에서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 “비혼 인구도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민법 개정이 필요하다” 등등이다. 과도한 주장이 아니냐는 당신께, 2850년의 세계지도를 다시 권한다. 지금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실 대한민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영영-.
전수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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