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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선거, 대학, 싱크탱크까지… 미국 휩쓰는 일본

바람아님 2016. 9. 27. 14:02

(조선일보 2016.09.27 윤정호 워싱턴 특파원)


윤정호 워싱턴 특파원일본의 기세가 미국을 향해 거침없이 뻗고 있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 대학, 심지어 선거에까지 힘을 쓰려고 한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계속 미국이 관여하려면 일본만큼 좋고 강하고 
의지할 만한 파트너는 없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실'이 수여하는 '2016년 글로벌 시민상'을 뉴욕에서 받으면서였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아웅산 수지 미얀마 외교장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등이 받았던 
상이라 그런지 아베의 입은 함지박이었다. 
애틀랜틱카운실이 추진하는 아시아센터 건립에 힘을 보태겠다는 선물까지 준비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참가비를 내야 입장하는 미국 기업 관계자들이 평소보다 많았다. 
이 행사는 매번 적자였는데, 오랜만에 수지 남는 '장사'였다고 한다. 아베의 위력이다.

일본은 미 대학가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조지타운대 국제대학원의 아시아 프로그램 졸업생 전원과 부모까지 워싱턴DC 일본 대사관저에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미래의 아시아 전문가에게 일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일찌감치 심어주려는 의도다.

'훈장 외교'도 활발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 스트로브 탤벗 소장에게 최근 '욱일대훈장'을 주고 
이달 초 주미 일본대사관저에서 사사에 겐이치로 대사 주재로 축하파티까지 열었다. 
탤벗 소장 외에도 미국 학계 인사 9명에게 올해 다양한 명목으로 훈장을 줬고, 지난해에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 18명에게 줬다. 
아시아를 다루는 학자들의 마음을 사고, 일본의 마음을 전하려는 의도다. 
워싱턴 외교가의 핵심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높고, 정권의 안정성이 보장되면서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과 
상관없이 활발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11월 8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르는 연방하원 선거에 '개입'한 의혹도 있다. 
일본군위안부 강제 동원 등과 관련한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미 의회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 의원을 
떨어뜨리기 위해 상대 후보인 로 칸나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미 의회 관계자는 "40세의 신인에게 수백만달러의 후원금이 몰린 것으로 아는데, 이는 일본 측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직 연방하원 의원도 자금 모으기가 어려워 1000달러짜리 모금행사까지 적극적으로 뛰는데, 
칸나 후보는 300만달러가 훨씬 넘는 후원금을 이미 모았다는 것이다. 반면 혼다 의원은 어려운 상황이다. 
그를 돕기 위해 지역구인 새너제이는 물론이고, 워싱턴DC·뉴욕·시카고·애틀랜타 등에서 한인들이 후원 행사를 벌인다는 
소식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일본의 공세는 미국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도널드 트럼프 중 누가 돼도 미국은 아시아에 지금처럼 힘을 쏟기가 힘들다. 
대리인을 앞세울 가능성이 큰데, 일본이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내에 우호적인 여론 만들기를 '성공적'으로 해가는 일본의 위력에 한국은 들러리가 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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