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09.30 정상혁 기자)
[하버드대서 첫 출간한 만화책 '언플래트닝' 작가 닉 수재니스]
하버드대학교가 출간한 첫 만화책 '언플래트닝―생각의 형태'(책세상)의
만화는 영어로 '코믹스(Comics)'지만, 작품은 코믹보다 고민에 가깝다.
그러니 닉이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 박사 논문을 만화로 그려 제출해 통과했다는 사실도 놀랄 일이 아니다.
당시 박사 논문 제목은 '언플래트닝―다차원적 학습의 시각과 구두적 연구'(A Visual·Verbal Inquiry into Learning in Many
Dimensions). 언어와 그림이 기존 이분법적 분류를 넘어 만화를 통해 동시에 의미를 생산할 수 있음을 드러낸 독창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논문을 발췌해 1년 정도 블로그에 올렸는데, 꽤 반응이 좋았어요. 그리고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연락이 왔죠.
책에 하버드·컬럼비아 명문대 도장이 박힌다면 제 작업에 더 큰 정당성이 부여될 거라 생각했어요."
이 책은 만화에 대한 선언이기도 하다.
"만화의 개별 컷은 독특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하나로 통합돼 교향곡을 이뤄내죠. 파편화된 요소와 그 요소의 병치라는
이중적 특성을 지닌 만화야말로, 복잡다단한 인간의 사고를 표현할 미래의 매개체입니다."
지난해 미국서 발간된 책은 프로즈상, 린드워드 그래픽노블상 등을 휩쓸었다.
스케치북에 습작 수퍼히어로 만화를 그리며 세상을 창조하던 꼬마는 자라나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서 인문학부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그리기(drawing)는 "분리된 대상을 연결하는 행위"이자 "또 다른 교육의 방식"이다.
만화 속 대사 한 줄.
"숨 막히는 대기를 가르는 한 줄기 불꽃. 타성을 향한 이 벼락은… 우리가 평면적 존재가 아님을 폭로한다."
[조선비즈 새책] 닉 수재니스의 '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사유와 드로잉의 만남, 만화가 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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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2016.09.27 배정원 기자)
그 정당한 명예를 돌려주려는 시도다. 저자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제출한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인 이 ‘만화 철학’에서 그림이 사고와 표현의 도구로 언어와 대등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우리가 단조로운 사고와 습관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저자가 말하는 언플래트닝(unflattening)이 바로 입체화를 위한 시도다. 즉, “다양한 관점을 동원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행위”이다. 왼쪽과 오른쪽 두 눈으로 사물을 볼 때 입체적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하나의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모두를 아우를 때 현실의 깊이를 잴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나 끊임없이 경계를 뛰어넘는 사고를 하려면 입체화된 시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입체적으로 세상을 보려는 노력이 만들어낸 다양한 도구와 개념, 제도에 매몰되면서 오늘날에는 이것이 오히려 거꾸로 “인간의 행동을 일치시키는 메커니즘”으로 변모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는 세심하게 표현된 블랙홀, 고대 세계를 상상하게 하는 만 행성과 밀러 행성, 웜홀을 통한 행성 간 이동 등은 과학 이론에 바탕을 두지만 한편으로 흥미로운 영화적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 가운데 압권은 5차원 공간.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도 쉽지 않은 5차원의 세상을 시각화함으로써 영화는 우리의 시야를 기존의 시공간 너머로 확장시킨다. 인류가 대면해야 할 미래 세계에서는 이같은 창의적 사고가 요구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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