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가슴으로 읽는 한시] 병석의 나를 위로하다

바람아님 2016. 10. 1. 07:50

(조선일보 2016.10.01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병석의 나를 위로하다

병으로 신음한 지 오래라 몸은 야위었어도
앞으로 마음에는 살이 찌도록 해보려 하네.

문을 닫고 편안히 책을 볼 수 있어 절로 기쁘고
세상을 멀리하고 남들을 보지 않아도 괜찮더군.

중년에 사업을 새로 경영하는 것은 말짱 허망한 일
딴 길 찾아 마구 내닫다가 늦게야 돌아섰네.

이제부터 심신을 다시 추스르고 가려 하니
가까운 것 공부하는 것이 알맞으리라.

病中自慰

吟病多時帶圍(음병다시감대위)

尙期他日戰勝肥(상기타일전승비)


閉門自喜看書穩(폐문자희간서온) 

謝世何妨見客稀(사세하방견객희)


中歲經營都是妄(중세경영도시망) 

外途橫鶩晩知歸(외도횡목만지귀)


從今復拾心神去(종금부습심신거) 

近裏工夫或庶幾(근리공부혹서기)


경상도 흥해 사람 농수(農) 최천익(崔天翼· 1712~1779)이 지었다. 중년에 병이 생겨 몸져누워 있었다. 
몸이 수척해졌으나 마음을 고쳐먹고 양식을 쌓아 앞으로는 마음이나 부자가 되겠노라고 다짐해본다. 
병석에 누우니 좋은 점도 있다. 문 닫아걸고 차분히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세상과 담쌓고서 남들과 억지로 어울리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것이 중년 들어 새로운 사업을 벌여서 생겼다. 
천방지축 날뛰다가 결국 허망한 일로 귀결되고 그제야 내 길이 아닌 줄 알았다. 
책을 읽으며 차분히 내 본분을 생각하고 심신을 추스른다면 
병석에 누워 있는 지금이 더 나은 인생을 향한 전환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