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0.06 조인원 멀티미디어영상부 차장)
모두가 쉽게 사진 찍는 시대… 잘 나온다고 '진짜 사진'일까
원하는 사진 찍고 싶으면 장비나 기술에 신경 쓰기보다
구도나 광선에 시간 투자해 다르게 보고 다르게 찍어야
앤설 애덤스(Adams)나 배병우는 협곡이나 소나무 같은 풍광 사진을 찍어 크게 뽑아 전시한다.
"비싼 카메라가 꼭 좋은 카메라인가?"라는 질문도 많다.
사진은 카메라가 찍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카메라로 찍는 게 사진이다.
카메라가 좋아진 지금, 제대로 사진 찍기 위한 기술을 배우던 시절은 지났다.
사진은 잘 나오는 게 전부가 아니다.
남과 다르게 보고 다르게 찍어야 사진은 재밌다. 그때 비로소 진짜 사진이 시작된다.
사진가들이 자동 놔두고 수동으로 사진 찍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카메라가 알아서 찍는 사진이 아닌 사람의 의도대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일부러 사진을 어둡거나 대상의 움직임을 흘려서 찍을 수도 있다.
매뉴얼 모드일 때 수많은 선택의 권리가 '찰칵!' 순간을 누르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디지털 시대의 사진은 과연 필름 때보다 훨씬 좋아졌을까?
카메라가 디지털로 바뀐 이후 사진가들이 늘고 카메라는 좋아졌지만 얼마나 더 좋은 사진이 나왔는지 궁금하다.
장비는 좋아진 만큼 좋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가의 치열함도 계속되고 있을까?
이제 사람들은 사진을 쉽게 찍고 쉽게 만족한다.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지우면 되니까.
카메라 뒤에 달린 액정화면은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하게 해준다.
사진을 찍고도 필름을 꺼내 한참 후에 사진을 확인하던 어려움이 사라지고, 빠르게 찍고 바로 만족하는 습관이 굳어졌다.
잘못 찍은 사진을 고치기도 쉽다.
디지털은 원래 그런 거니까. 더 이상 잘 찍고 못 찍는 사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가 어떻게 찍어도 페북에 띄우면 친구들한테 '좋아요'만 수십 개를 받는 사진에. 사진을 뽀샵으로 고치는 그림 수준으로
만족한다면 사진은 취미도 뭣도 아니다. '좋아요'가 몰리는 사진 중엔 진짜 좋은 것은 드물고 졸리게 하는 것은 많다.
카메라나 렌즈에 대한 욕심이 나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만큼 좋은 사진에 대한 차이를 느끼면서 사진의 깊이를 알아가기 때문이다.
카메라 기종과 렌즈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는 있다.
문제는 카메라 장비만 계속 바꿔가면서 욕심으로 이것저것 사 모으다가 지쳐서 정작 사진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져 버리는 데 있다. 값비싼 장비에 투자했던 많은 지인이 그랬다.
사진은 상상력이나 어떻게 보는가에 따른 결과의 기록이지, 애초에 카메라 장비나 초점을 맞추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원하는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 등 장비보다 구도나 광선에 투자하는 편이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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